KBS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제작이 결국 무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박민 KBS 사장을 향해 제작 중단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21일 노조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이제원 제작본부장은 이날 시사교양국장과의 회의에서 ‘회사 측에서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4월 상영은 불가능하다고 하니 출연자들이 참여 거부의사를 밝혔다. 4월 방송은 제작 중단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
이를 들은 다큐멘터리 제작 담당 PD가 ‘4월 방송 제작 자체를 그만하라는 게 회사의 지시냐’고 따져 묻자 담당 부장은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방송은 이미 40%가량 촬영을 마쳤고, 섭외·세팅 등을 포함해 제작이 약 80% 진행된 상태였다고 한다.
노조는 “총선이 끝나고 일주일 뒤에 방영 예정이던 다큐멘터리가 결국 총선 영향 운운하는 말도 안 되는 사측 논리에 의해 결국 좌초됐다”며 “KBS의 구성원으로서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박민 사장을 향해서는 “이제라도 제작 무산 결정을 철회하고 사과하라. 나아가 KBS를 수렁에 빠트리려는 이제원 본부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요구하며 “이번 10주기 다큐가 제작 무산된다면, KBS본부는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해 모든 시민들과 연대해 낙하산 박 사장과 경영진에게 준엄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KBS ‘다큐인사이트’ 제작진은 오는 4월18일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다큐멘터리 ‘바람과 함께 살아낼게’를 제작하고 있었으나 사측은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방영을 6월 이후로 연기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제작진이 항의했으나 사측은 ‘4월 방송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