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유는 지난 20일 발매한 새 음반 타이틀곡 ‘홀씨’에서 “난 홀씨가 됐다”고 노래한다. 피라미드 모양의 K팝 가수 서열 제일 최상단에 선 이가 ‘꽃’이 아닌 ‘홀씨’라니. 아이유는 유튜브에 공개한 음반 제작기 영상에서 “어릴 때는 어떤 꽃이든 내가 꽃으로 필 거라 생각했다”며 “그러다 ‘꼭 꽃으로 피어나야만 결말을 맺는 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땅에 뿌리내리는 대신 바람을 타고 날기로 한 아이유는 자유롭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너 그 꿈은 얼토당토않은데?’ ‘너 욕심쟁이 같은데?’ 그런 소리를 들을지라도 당당하게 욕망하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명불허전 ‘음원 퀸’, 톱5 중 3곡이 아이유
이렇게 완성한 음반은 공개와 동시에 음원차트 상위권에 안착했다. 23일 멜론 톱100 상위 10위 중 3곡이 아이유 노래다. 지난달 선공개한 ‘러브 윈즈 올’(Love wins all)은 한 달 동안 1위에 붙박여 있다. 더블 타이틀곡 ‘홀씨’와 ‘쇼퍼’(Shopper)는 각각 4위와 5위에 올랐다. 아이유는 신곡을 낼 때마다 차트 상위로 직행해 ‘음원 퀸’으로 불린다. 김진우 가온차트수석연구원은 “아이유는 아이돌 중심의 대중음악 산업에서 남녀노소 전 연령대 음악소비자를 아우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가수 중 하나”라며 “아이유는 활동하지 않는 기간에도 써클차트 월간 리포트 가수별 점유율(음원 1~400위에 올려놓은 발표곡 수) 10위 안에 들고 있다. 기존 노래가 차트에서 빠져나가지 않고 신곡이 나오면 (기존 노래에) 누적해서 차트에 머무는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이유는 대중에게 ‘믿고 듣는 가수’로 자리 잡은 동시에 팬덤도 사로잡은 보기 드문 가수다. ‘유애나’로 불리는 아이유 팬클럽은 다음 달 서울 케이스포돔에서 열리는 콘서트 4회를 단숨에 매진시켰을 만큼 규모가 크고 충성도도 높다. 아이유는 서울 콘서트를 마친 후 일본, 태국, 영국, 독일, 미국 등으로 날아가 글로벌 팬들을 만난다. 음악적으로는 댄스, 발라드, 포크 등 다양한 장르를 오고 간다. 코미디언 박명수부터 ‘록 대부’ 김창완까지 함께 노래한 이들도 면면이 화려하다. 아이유는 이번에 2008년생 혜인(뉴진스)과 1972년생 조원선, 1938년생 패티김을 아울렀다. 수록곡 ‘쉬’(Shh…)에서다. 노래는 자신과 연결된 여성들에게 보내는 아이유의 헌사다. 한 가요 관계자는 “아이유라는 이름이 주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을 라인업”이라고 봤다.
개인적 경험 속 ‘승리’의 확장…“메시지 체화는 물음표”
2015년 ‘챗셔’(CHAT-SHIRE)를 기점으로 음반 제작 방향키를 쥔 아이유는 신보에 실은 5곡을 혼자 작사했다. 신보를 관통하는 열쇳말은 ‘승리’. 아이유는 “지독할 정도로 모든 곡에 ‘승리’란 키워드를 넣었다. 아무도 헷갈리지 않게끔 음반 제목(더 위닝·승리한 사람)으로도 박았다”고 했다. 아이유는 “더 높은 곳”으로 “날아가”(‘홀씨’)겠다는 개인적 차원의 ‘승리’를 사회적 의미로 확장하고자 한다. 그는 또 다른 타이틀곡 ‘쇼퍼’를 통해 “세상의 기준으로 보기에 너무 시시하거나 혹은 과하거나 어쩌면 이상하거나 그다지 가치 있지 않은 것들”을 욕망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에 확신을 가질 용기”를 주려 했다. 과정이 매끄럽진 않았다. 아이유가 “대혐오의 시대”를 꼬집으며 먼저 공개한 ‘러브 윈즈 올’은 뮤직비디오에서 비장애를 ‘정상’으로 규정한 듯한 연출로 비판받았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유는 마음속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표현하는 데서 매력을 보여주는 가수”라며 “다만 이번 음반에선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그만의 언어로 체화됐는지, 바깥 세계로 충분히 확장했는지 돌아보면 물음표가 남는다. 음악적으로 특별히 좋거나 나쁘다고 느끼기 어렵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록 사운드를 더하거나 패티김 선생을 섭외하는 등의 시도는 흥미롭다”며 “아이유는 명민하고 고민이 깊은 가수이니, 앞으로 자기 얘기를 통해 자기만의 길을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