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사단체 간 입장 차이가 더 극명해졌다. 양측이 가진 두 번째 TV 토론회에서 증원 규모 등을 두고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23일 KBS 1TV 시사 프로그램 ‘사사건건’의 ‘의대 증원 논란의 본질을 묻다’ 특집 토론회에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증원이 필요하다면 의사인력추계위원회를 만들어 적정 규모에 대한 협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며 “정부가 제시한 2000명이라는 규모는 의료 현장의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일방적으로 의사 수 정원을 2000명으로 정하고 한 발도 양보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이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접점을 찾아야 그 다음을 논의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에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은 3개의 연구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하고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쳤다며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 차관은 “정부는 의료계와 가진 28차례의 회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규모가 적당한지 묻고 답을 요청해왔다”며 “이제 와서 왜 2000명일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하면 정책 결정이 늦어지고, 결정이 늦어질수록 증원 규모는 더 늘 수밖에 없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규모를 다시 줄이거나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자고 한다면 향후 다가올 충격이 더 커질 것”이라면서 “의대 증원 규모는 밀고 당길 과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협상을 하려해도 의사단체가 협조적이지 않다고 짚었다. 박 차관은 “증원 속도를 조정할 건지, 다른 방법을 어떻게 찾을지 논의하려 해도 회의장을 나가버리지 않았나”라며 “종합계획 안에서 인력 규모는 한 부분일 뿐인데, 지나치게 쟁점화하는 것 같다. 전체 그림을 놓고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 집단행동과 관련해선 “정부가 2000명 증원을 발표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총파업을 하겠다’며 실력 행사부터 했다”며 “과거 의사가 파업하면 정부 정책이 물러섰던 경험이 학습됐기 때문인데, 환자 곁은 지키면서 요구 조건을 내놨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전공의는 자기 판단에 따라 개별적으로 움직인 것이지 총파업을 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먼저 업무개시명령, 구속수감 등을 통해 압박하지 않았나”라며 “아직 구체적인 행동도 하지 않았다. 개별 판단을 겁박해 억누르는 모습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와 의사단체 간 입장 차를 재확인한 채 종료됐다. 이를 바라보는 환자들의 비난은 거세지고 있다. 토론회 중 전화 연결을 통해 환자 입장을 대변한 안선영 중증질환자연합회 이사는 “정부도 의사도 환자를 내팽개쳤다”고 말했다. 안 이사는 “피해를 보고 있는 환자를 어떻게 책임질 건지 먼저 논의를 했어야 했다”면서 “긴급 상황에 놓인 환자를 배제하고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을 벌이는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