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마저 전공의 이탈…“의료대란 우려”

공공병원마저 전공의 이탈…“의료대란 우려”

기사승인 2024-03-19 13:53:02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인천을 제외한 전국 5개 보훈병원에서 진료에 일부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한국복지의료공단 홈페이지 캡처


의사들이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해 빚어진 의료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백 완화를 위해 진료 기능을 확대한 공공병원에서도 전공의들의 이탈이 발생하면서 남은 의료진이 부담이 커지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전국 6개 보훈병원인 △서울의 중앙보훈병원 △인천보훈병원 △대전보훈병원 △대구보훈병원 △부산보훈병원 △광주보훈병원에서 올해 입사 예정인 전공의 56명 중 53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신규 인턴과 레지던트 이탈률이 95%에 달한다. 올해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전공의 대상자 14명 중 재계약을 포기한 인원은 10명이다. 사직서를 낸 전공의 수도 총 60명 가운데 54명으로 집계됐다.

국립중앙의료원도 전공의 71명 중 55명이 사직서를 낸 상태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5일 국립중앙의료원 소속 전문의들은 이탈한 전공의들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전공의 이탈 사태에 대한 책임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정부에 있다”며 “전공의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의사들의 반발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정부는 지난달 20일부터 발생한 의사 집단행동에 따라 비상대책을 가동 중이다. 공공병원 97곳의 응급실 운영과 일반 진료 시간을 늘리고,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공백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공공병원 역시 진료를 유지하기가 버겁고, 피로도가 쌓인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인천을 제외한 전국 5개 보훈병원에서 진료에 일부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동시에 26개 위탁병원도 진료 차질이 있을 수 있어 내원 전 확인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보훈병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자리를 비우면서 전문의들과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의료진의 추가 이탈이 생기고 의료대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도 지난 17일 긴급 기자 간담회를 갖고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환자들의 건강·생명 위협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모든 전공의가 환자 곁으로 하루빨리 돌아와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료현장을 벗어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18일 보건복지부는 미복귀 전공의 130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공시 송달했다.  

복지부는 공고에서 “의료인의 집단 진료 중단 행위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업무개시명령서를 확인하는 즉시 소속 수련병원에 복귀해 환자 진료 업무를 개시해 주시기 바란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면 의료법 제66조·제88조에 따라 처분·형사고발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의료법 66조는 최대 1년간 면허자격 정지, 88조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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