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정부 차원의 이같은 조사들이 일련의 ‘보여주기 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국 이커머스에 대한 전담 조직을 만든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국내 시장 영향력이 빠르게 커짐에 따라 국내 전자상거래 생태계 강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전담팀은 팀장과 사무관 3명 등 4명으로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전담팀 신설은 정부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관세청, 산업부 등 유관 부처가 참여한 TF를 가동 중인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공정위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부처가 소비자 보호 강화, 가품 유입 차단, 개인정보 보호법 준수 등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산업부는 신규 전담팀 운영을 통해 국내 전자상거래 생태계 강화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알리익스프레스를 겨냥한 정부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는 이달 초 서울 중구 알리코리아 사무실에 조사관을 보내 소비자 분쟁 대응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알리코리아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설립한 국내 법인으로, 한국 시장의 마케팅을 담당한다.
공정위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전자상거래법에 규정된 소비자 보호 의무를 준수했는지 조사 중이다. 전자상거래법상 통신 판매 중개 사업자는 입점업체의 신원 정보 등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하고, 소비자 불만 및 분쟁 해결을 위한 인력과 설비 등도 갖추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중인 사안에 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법 위반 사항이 있다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개인정보보위원회도 알리익스프레스 등 주요 해외 직구업체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개보위는 이용자 정보의 국외 이전 절차, 안전 조치 의무 이행 여부 등을 점검하고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개보위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을 공유할 순 없다. 최대한 열심히 조사하겠다”고 답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정부 차원의 조사가 진행되자 적극 협조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는 “규제 당국에서 발표한 내용을 잘 인지하고 있으며, 당국과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소비자 보호 조치도 향상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알리익스프레스를 이용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다룬 보도가 잇따르면서 정부가 직권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내법으론 해외 이커머스 사업자를 제재할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 한계점으로 꼽힌다.
공정위는 지난 13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중국 직구 플랫폼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확대됨에 따라 소비자 불만과 국내 플랫폼 역차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에는 국내 법의 차별없는 집행, 소비자 피해 예방과 구제, 범정부 대응체계 구축 등의 방안이 담겼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국내 시장 침투율이 가속화되면서 범정부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선 알리익스프레스의 자정 능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늦게나마 이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건 다행이지만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발표한 대책들도 기존에 나온 얘기들을 반복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며 “해외 플랫폼을 국내에서 강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이런 대책들이 앞으로 어떻게 작동되고 지켜질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들이 빠져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달 초 진행된 공정위 현장조사와 관련해선 “사실상 알리 한국 지사에서 조사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것”이라며 “형식적인 액션에서 끝나는 게 아닌 지속적인 감시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초저가’를 무기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점차 넓히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앱의 지난해 12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56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달 국내 이커머스 앱 중 3번째로 많은 수치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