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현대 등 주요 유통 대기업들이 26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부 내실 강화와 수익성 개선을 위한 투자를 강조했다. 지속되는 경기 불황 속 유통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며 오프라인 경쟁력을 제고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 롯데리테일아카데미에서 진행된 주총에서 올해 매출과 이익 동반 성장을 목표로 ‘트랜스포메이션 2.0’을 성공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사업부별 내실 강화와 수익성 개선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물론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주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신규 추진 사업으로는 인공지능(AI)과 동남아시아 복합개발 사업, 자체브랜드 식료품 수출 등을 꼽았다. 김 부회장은 “장기적으로 지역별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복합쇼핑몰 개발에 주력하고 해외 사업에서는 동남아시아 점포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부지에 신규 출점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설명했다.
사업부별로는 백화점은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리뉴얼을 추진한다. 마트·슈퍼 사업부는 마트와 슈퍼 간 통합 시너지를 강화해 오카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론칭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조직문화 혁신과 재생에너지 도입 확대, 에너지 소비시설 효율 개선을 통해 탄소중립 초석을 마련하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힘쓴다는 방침이다.
롯데쇼핑 주총에서는 김 부회장을 비롯해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 부사장, 장호주 롯데그룹 유통군HQ 재무혁신본부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사외이사로는 심수옥 성균관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조상철 법무법인 삼양 변호사의 사외이사 재선임, 한재연 BnH세무법인 회장의 사외이사 신규선임이 가결됐다.
이날 서울 강동구 우진빌딩에서는 제22기 현대백화점 주주총회가 진행됐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는 주총에서 “오프라인 플랫폼의 공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더현대서울, 판교점, 중동점,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김포점 등 주요 점포에 2000여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급변하는 유통 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기민하게 대비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21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점포별로 MD(상품기획)를 강화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지속 선보여 백화점 부문 총매출액 7조3429억원과 영업이익 3577억원을 기록했다”면서 “더현대 서울 오픈 2년 9개월 만에 국내 백화점 중 최단기간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오는 2027년 말 개점을 앞둔 '더현대 광주'와 관련해 “더현대 서울이 보여준 차별화된 공간 기획과 브랜드 구성 능력을 바탕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의 50년 유통 역량과 노하우를 결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신 신기술을 적극 반영하는 등 국내에 없는 새로운 복합 문화 공간이자 미래형 리테일로서 한차원 높은 플랫폼을 구현해 나갈 계획”이라며 “올해 하반기 건축 인허가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착공하는 등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면세점 부문에 대해선 “올해 내국인 고객 확대와 중국 관광객의 회복 추세에 따라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백화점은 주총에서 정지선 회장 등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과 배당절차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안 등을 의결했다. 장호진 현대지에프홀딩스 대표이사와 민왕일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 본부장을 각각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같은날 한화갤러리아도 서울 여의도 한화금융센터63 별관에서 주주총회를 열었다.
김영훈 한화갤러리아 대표는 주총에서 “질적 성장을 통해 유통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론칭한 ‘파이브가이즈’를 언급하며 “차별화된 프랜차이즈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주요국의 통화 긴축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로 유통업 환경이 크게 악화했으나 적극적인 경영 전략으로 비교적 선방했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3월 한화솔루션에서 인적 분할된 이후 12월까지 한화갤러리아 매출액은 4345억원, 영업이익은 98억원을 기록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주력 사업인 백화점 사업을 명품 콘텐츠와 팝업 공간 확대로 수도권과 지방 주요 점포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특화 공간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날 한화갤러리아 주총에서는 별도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과 이사보수 한도액 승인의 건이 의결됐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