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명보험사들이 제3보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이미 시장을 선점한 손해보험사들과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제3보험은 사람이 질병에 걸리거나 재해로 인해 상해를 당했을 때 또는 질병이나 상해가 원인이 돼 간병이 필요한 상태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질병보험과 암보험, 상해보험, 간병보험, 어린이보험 등이 제3보험에 포함된다. 제3보험은 생명보험사과 손해보험사 모두 취급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사람의 신체를 보험의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선 생명보험, 비용손해 및 의료비 등 실손을 보상한다는 점에서 손해보험의 성격이 있다.
지난해 7월 보험연구원에서 발표한 ‘제3보험시장의 경쟁 구도 및 평가’에 따르면 제3보험 시장은 연평균 7.0%씩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4~2022년 손해보험산업의 제3보험 연평균성장률은 9.8%로, 제3보험이 손해보험산업 성장을 사실상 견인해왔다. 생명보험・손해보험 겸영을 허용한 초기엔 생명보험의 제3보험 시장 점유율이 높았으나, 2010년 이후 손해보험의 점유율이 더 높아졌다. 보험개발원과 보험통계월보 기준 2022년 제3보험 시장 점유율은 손해보험업권이 71.3%, 생명보험업권이 28.7%로 차이가 크다.
하지만 최근 생보사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제3보험을 주목하며 현재의 점유율 구도가 바뀔 가능성이 생겼다. 지난해부터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후 실적에 유리한 보장성보험 상품 판매에 주력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난 26일 금감원이 발표한 ‘2023년 보험회사 경영실적’ 자료에서 생명보험사들의 지난해 수입보험료 112조4075억원 중 보장성보험(48조6364억원)이 43.2%를 차지했다. 유일하게 수입보험료가 전년 대비 증가(3.2%)한 항목이기도 하다. 또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며 그동안 생보사들의 의존도가 높았던 종신보험의 매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도 제3보험이 떠오르게 된 원인 중 하나다.
생명보험협회도 제3보험을 신성장 동력으로 지목,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쓸 계획이다. 생보협회는 △통계 관리체계 개편 △상품개발 및 보장범위 확대 △공정경쟁 환경 조성 등을 통해 제3보험 상품 개발의 유연성을 확대하고 수요가 높은 신규 담보 발굴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은 지난 19일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제3보험 위험률 산출 및 관리체계 개편방안과 제3보험 상품구성 합리화 방안을 검토해 보험시장 내에서 공정한 경쟁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올해 초부터 생보사들은 새로운 제3보험 상품을 경쟁하듯 출시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1월 고객이 필요한 보장을 선택해 자유롭게 설계하는 ‘다(多)모은 건강보험 필요한 보장만 쏙쏙 S1’에 이어 암 진단·치료 보장을 확대한 ‘다모은 건강보험 S2’를 지난달 출시했다. 한화생명은 ‘뇌·심장 신 위험률’을 최초로 적용, 보험료를 50~60% 절감한 ‘한화생명 디 에이치(The H) 건강보험’을 지난 1월 출시했다. 교보생명도 지난 1월 ‘교보통큰암보험’, 2월 뇌·심장질환 특화보장보험인 ‘교보뇌·심장보험(무배당)’을 각각 내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 입장에선 지금 제3보험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3보험의 수익성이 제일 높고, 손보사와 생보사 모두 팔 수 있으니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손보사와 생보사의 경쟁에 대해선 “제3보험은 처음엔 생보사가 팔았던 상품이다. 잃어버린 제3보험 시장을 생보사가 다시 뺏어오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새 상품들이 출시되는 다음달부터 제3보험 시장이 지금보다 커지고 경쟁도 더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