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남양유업 홍씨 일가 경영 체제가 막을 내렸다. 남양유업의 새 주인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본격적인 경영에 나선다.
남양유업은 29일 강남구 1964빌딩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한앤코 측 인사를 신규 이사로 선임했다.
윤여을 한앤코 회장과 배민규 한앤코 부사장은 각각 남양유업 기타비상무이사에,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은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사외이사로는 이명철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이사장이 선임됐다. 사내이사인 홍원식 회장을 비롯한 기존 이사진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한앤코와 남양유업 오너 일가 간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다는 분석이다.
이날 주주총회는 지난해 말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소집됐다. 최대 의결권자는 홍원식 회장 측이었으나 홍 회장 측이 한앤코에 경영권을 넘겨주는 모양이 됐다.
홍 회장 측이 이날 반대표를 들었다면, 한앤코는 다음 달 초 예정된 임시 주총에서 경영진 교체에 나설 계획이었다.
한앤코의 신청에 따라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남양유업의 임시 주총 소집을 허가했다.
이날 홍 회장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남양유업은 고(故) 홍두영 창업주가 ‘이 땅에 굶는 아이들이 없게 하겠다’는 신념으로 1964년 남양 홍씨의 본관을 따 설립한 기업이다.
앞서 우유업계 1∼2위를 지켜오던 남양유업은 2010년 이후 각종 구설에 오르내리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급격히 악화했다.
2013년 남양유업은 대리점에 물품을 강매하고 대리점주에게 폭언한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됐다. 또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 사건 등 오너가(家) 관련 논란이 이어져 왔다.
2021년 4월에는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해 보건당국이 즉각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창업주의 장남인 홍원식 회장은 그해 5월 회장직 사퇴를 선언하고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지분 53%를 3107억원에 한앤코에 넘기기로 했으나, 같은 해 9월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한앤코와 소송전을 시작했다.
수년간의 분쟁 끝에 지난 1월4일 대법원은 홍 회장 측이 계약대로 한앤코에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앤코는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 53%를 확보하고 같은 달 31일 남양유업 최대주주에 올랐다.
경영권을 확보한 한앤코의 과제 실적 개선과 이미지 제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실적 개선이 급선무라는 평가다. 남양유업은 지난 2020년 적자로 전환하고 2021년 779억원, 2022년 868억원, 작년 724억원 등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미지 제고도 큰 과제다. 식품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경영진 교체가 완료된 뒤 사명 변경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사명은 창업주 일가의 성인 ‘남양 홍씨’에서 따왔다.
한앤코는 올해 1월 대법원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아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제2의 웅진식품’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앤코가 2013년 웅진식품을 인수했다가 5년 만에 인수 가격의 두 배 넘는 가격에 매각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는 정관 변경을 의결했다.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제안에 따라 남양유업 발행주식을 10대 1로 액면 분할하는 안건도 다뤘으나 이 부결됐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