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게임사 정기 주주총회(주총)가 막을 내렸다. 온도차는 있었지만, 한 목소리로 올해를 위기 극복의 해로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다만 실제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연 데브시스터즈는 ‘깜짝 실적’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조길현 신임 데브시스터즈 대표는 “이번에는 정말 회사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배수의 진을 치고 어떻게든 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지난 2012년 데브시스터즈에 합류해 회사 성장을 함께 했다. 자사주 약 4억원 규모를 매입하며 책임 경영 의지도 내비쳤다.
넷마블 역시 흑자 궤도에 본격적으로 오르겠다고 이야기했다. 권영식 넷마블 각자대표는 “올해는 턴어라운드 원년으로 삼기 위해 모든 임직원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게임업계가 주총서 내세운 핵심은 ‘경영 효율화’와 ‘M&A’다. 홍원준 엔씨소프트(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존 라이브 게임 매출이 무너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매출 방어를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비용 효율화도 필수인 만큼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는 야구단에 들어가는 비용도 줄일 예정이다. 박병무 엔씨 공동대표는 “(NC다이노스에) 올해 경영 지원을 큰 폭으로 낮추려 한다”고 말했다. 공동대표 미디어 설명회에서 야구단 매각설에 단호히 선 그은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국내 게임사 시가총액 1위인 크래프톤 역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M&A에 나선다. 지난 26일 배동근 크래프톤 CFO는 “작은 회사부터 큰 회사까지 여러 곳이 대상”이라며 “올해부터 M&A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외 게임사 350곳을 검토했다고도 덧붙였다.
신작 출시 예고도 잇따랐다. 경영 최전선에 복귀한 창립자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는 “내년에 이미르를 글로벌 출시하고, 이후 ‘미르5’ 등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기대해달라고 했다. 권 대표 역시 “‘레이븐 2’ 등 주요 기대작을 속도감 있게 선보이며 신작 흥행과 외형 성장 달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펄어비스 역시 기대작 ‘붉은사막’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알렸다.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는 “유저 시연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외에 다른 신작도 순차적으로 출시해 성과를 점차 개선해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신작 출시와 경영 효율화가 호실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우려가 나온다. 장르 다양화 등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에도 MMORPG 신작이 여럿 나온다. 한국 게임 위기설이 나오고 있지만, 콘솔 등 성장하는 부분도 있다. 다만 여러 게임사가 이미 성장 동력이 떨어진 MMO에 집중하고 있어 위기로 보이는 부분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관심 갖고 흥미로워 하는 분야가 파편화됐다”면서 “한 장르로 승부하기보다, 트렌드를 파악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부분에서 성과가 갈릴 듯하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 게임 산업은 중국 의존도가 높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비중은 30.1%다. 일본, 동남아 등 수출 비율은 약 14% 정도이며 북미와 유럽은 각각 11.5%, 9.8%에 그친다.
중국은 변동성이 커 투자 위험이 높다. 게임 출시를 위한 ‘판호’ 발급도 기약 없는 기다림이다. 넥슨 ‘던파 모바일’은 지난 2017년 이미 판호를 받았지만, 2020년 출시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출시가 취소됐다 지난 2월 다시 판호가 발급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게임사 주총에 관해 “게임 업계 양극화가 심각하다. 실적 하락세가 고착화되며 위기감을 느낀 게 표면으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옛날처럼 대표 말 한 마디에 주가가 오르기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신뢰도 많이 잃었다”면서 “게임 출시 로드맵 등 구체적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비주류 게임 등 재무적 취약점을 정리하는 등 행동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