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78승 평균자책점 3.27로 활약한 선수. 사이영상 포디움(3위 이내)에 무려 2번 올랐고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등장하기도 한 MLB 슈퍼스타. 팔꿈치 수술 후에도 지난해 평균자책점 3.46으로 MLB 무대를 누빈 제이크가 한국에 온다면 어떤 성적일까.
12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류현진에 대해 한 팬이 ‘제이크’라고 가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한화 이글스에 ‘천군만마’가 왔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제이크’ 류현진이 합류한 한화는 단숨에 리그 우승권으로 변모했다. 실제로 한화는 개막전 패 이후 7연승을 달리며 리그 단독 선두에 올랐다.하지만 여기엔 오류가 있다. 한화가 기록한 유일한 패가 ‘제이크’라는 사실이다. 현재 한화는 류현진 도움 없이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독수리 군단’의 진격이 더 무서운 이유다.
한화는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홈경기에서 14-3으로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7연승을 달성한 한화는 리그 선두(7승1패)에 올라섰다.
이날 한화는 KT 1선발 웨스 벤자민을 맞아 무려 11득점을 뽑아냈다. 리드오프 문현빈이 5타수 4안타 4타점으로 활약했고, 요나단 페라자와 노시환도 홈런을 폭발했다. 한화 맹폭에 당한 벤자민은 KBO리그 개인 최다 실점 굴욕을 맛봤다. 한화 타선은 벤자민을 강판시킨 뒤에도 3득점을 추가로 올려 무려 14득점을 기록했다.
투수진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대체선발로 나선 ‘슈퍼루키’ 황준서는 5이닝 1실점으로 자기 몫 이상을 해내 승리를 따냈다. 한화 기준, 2006년 류현진 이후 18년 만에 나온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이었다.
올 시즌 한화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한화가 개막 8경기에서 7승을 기록한 것은 1992년 전신 빙그레 이글스 시절 이후 무려 32년 만이다. 단독 1위에 오른 것 역시 2014년 이후 10년 만에 거둔 쾌거다. ‘대전의 봄’이 찾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승세 중심엔 강력한 선발진이 있다. 지난 시즌부터 함께한 ‘외인 원투펀치’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는 올 시즌에도 여전한 기량을 자랑한다. 페냐는 지난달 24일 LG 트윈스전 6.2이닝 2실점 호투로 첫 승을 거둔 뒤, 30일 KT전 5이닝 2실점으로 연속 선발승을 챙겼다. 산체스도 3월27일 SSG 랜더스 경기에서 5.2이닝 1실점 쾌투로 마수걸이 승을 신고했다. 문동주, 김민우, 황준서 등 국내 선발진 역시 첫 등판 호투로 선발승을 올렸다.
한화 선발진에서 승이 없는 유일한 선수는 다름 아닌 ‘제이크’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LG와 개막전에 나서 3.2이닝 5실점(2자책)으로 부진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패배는 올 시즌 한화의 유일한 패배기도 하다. 류현진은 다음 등판이었던 지난달 29일 KT전에서 6이닝 2실점 반등으로 부진을 씻었지만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노디시전을 기록했다.
류현진의 무승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한화는 파죽의 7연승을 달리며 리그 판도를 뒤흔들었다. 특히 류현진의 승리가 없었음에도 올린 7연승이란 점이 한화에는 더 값지게 다가온다.
류현진은 꿈의 무대인 MLB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한국 최고 투수다. 당장 지난해에도 평균자책점 3.46(52이닝 20자책)으로 호투하며 여전한 MLB 경쟁력을 선보였다. 즉, 류현진은 MLB보다 몇 수 아래라고 평가받는 KBO에서 자신의 진가를 언제든 드러낼 수 있는 선수다.
그런 류현진이 아직 복귀 첫 승을 올리지 못했음에도 한화는 7연승을 달성했다. 만약 류현진마저 리그 적응을 마치고 제 기량으로 돌아온다면, 한화는 더 막강한 전력으로 리그에 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리그 초반, 대전의 봄을 맞이한 한화가 어디까지 질주할 수 있을지 야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