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양대 정당이 비만과 관련된 전향적인 공약을 내놨다. 특히 국민의힘이 제시한 비만치료제 급여화 공약을 두고 시장 성장을 기대하는 제약사들의 바람이 커지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건 분야의 주요 공약으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비만 치료 개선’을 꼽았다.
먼저 국민의힘은 비만 치료제 급여화를 통한 전 국민 생애주기별 비만 예방을 약속했다. 비만치료제가 대부분 비급여로 처방돼 치료비 부담이 큰 만큼 급여를 통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효과적인 비만 예방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제2차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 수립, 비만 예방 관리법 제정, 국가건강검진에 비만 검진 항목 추가, 소아 비만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등을 내걸었다.
여야가 함께 비만치료제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조하고, 치료 과정에서 재정적 지원을 뒷받침하겠다고 나서자 제약업계에선 고무적인 분위기가 드러난다.
비만치료제 초기 임상시험에 들어간 A제약사 관계자는 “세마글루타이드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획기적인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비만약 붐을 일으켰다”면서 “이 같은 흐름을 타고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앞다퉈 치료제 개발이 나서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비만치료제는 비급여로 처방되기 때문에 1개월치 비용이 10만원 이상 든다”며 “총선 공약대로 급여가 이뤄지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더욱 커져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의 성장도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의 경우 한 달 처방 기준 30~50만원의 약값이 든다.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티드)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의 경우 미국에서 각각 1023달러(한화 약 138만원), 1350달러(약 180만원)에 처방되고 있다.
고가의 비용에도 비만치료제 시장은 날이 갈수록 몸집을 불리고 있다. 리서치 기관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의 연평균성장률이 50%라며, 오는 2030년 1000억달러(약 132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성장 배경엔 급격히 늘고 있는 비만 인구가 있다. 세계비만연맹은 지난 2020년 약 26억명이던 전 세계 비만 인구가 2035년 약 40억명까지 증가해 세계 인구의 절반이 비만 환자가 될 거라고 경고했다.
현재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는 광동제약, LG화학, 한미약품, 동아ST, 유한양행, 일동제약 등이 있다. 가장 앞선 기업은 한미약품으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개발명 HM11260C)에 대한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동아에스티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인 ‘DA-1726’에 대한 글로벌 임상 1상 시험 계획을 승인 받았다. 유한양행은 GLP-1 계열 ‘YH34160’에 대한 전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대원제약은 패치형 비만치료제 ‘DW-1022’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지난달에 허가 받았으며, 일동제약은 지난해 9월 GLP-1 기전 ‘ID110521156’의 IND 승인을 받고 본격적인 개발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다만 다수의 제약사가 후발주자로 임상 초기에 머무르고 있어 출시를 끝냈거나 임상 3상 중인 해외 제약사들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 제약업계는 총선 이후 비만치료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급여 범위가 확대된다면 국내 제약사들의 세계 시장 진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봤다.
B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은 뒤늦게 개발을 시작한 만큼 최종 임상을 완료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기존 치료제에 비해 안전성과 효과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드라마틱한 성공을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만치료제의 급여화가 이뤄지면 해외 의약품에 비해 효과가 좋고 값이 저렴한 국내 약의 시장 진입이 빨라지고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