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대출로 사기당한 피해자가 있나”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안산갑 후보는 ‘편법 대출’을 시인하면서도 ‘사기 대출’은 아니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2021년 당시 대학생 딸 명의로 11억 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아 21억6000만 원 상당의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구입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15억 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를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이 나오지 않자 가족 명의로 사업자 대출을 받는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민주당 후보들의 부동산 논란이 오는 4·10 총선 변수로 떠올랐다. 경기 화성을 출마자인 공영운 후보는 군 복무 중이던 아들에게 성수동 주택을 증여한 사실이 드러나며 '꼼수 증여'로 도마 위에 올랐다. 광주 서을 양부남 후보는 20대 두 아들에게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단독주택을 증여한 사실이 알려져 '아빠 찬스' 논란이 일었다.
이들 모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당연히 후보직 사퇴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으니 ‘법적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에서다. 공 후보는 재산 증여와 관련해 “법적으로 정당하게 절차가 이뤄졌다. 일부 증여가 있었지만 증여세도 다 냈다”며 “아주 클리어(깨끗)하다”고 강조했다. 양부남 후보도 “적법한 절차에 따른 정상적인 증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없다’고 말한 이들의 주장은 틀렸다. ‘불법’은 없지만 ‘도덕성 리스크’가 있는 후보를 선택지로 둬야만 하는 국민이 피해자가 됐다. 적법한 절차에 따랐다고 하더라도 꼼수를 통한 주택증여는 도덕적 문제다. 단순히 불법적 요소의 유무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가진 것을 편법·위법 등으로 남용하는 후보자를 보며 유권자는 절망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부동산 논란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동시에 부모 된 마음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법적인 문제가 없으니 괜찮다는 태도는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부동산 논란이 민주당 총선 리스크로 떠오른 것은 ‘법적’ 리스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민심 이탈’ 리스크를 의미한다.
“민심을 잘 받들겠다” 총선 후보자들이 지지를 호소하며 즐겨 하는 말이다. 후보자를 평가하는 것은 법이 아닌 국민의 마음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