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바티스의 희귀질환 치료제 ‘일라리스’(성분명 카나키누맙)가 약제급여평가위원회로부터 또 다시 조건부 인정을 받았다. 9년째 급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탓에 환자와 보호자들의 고통이 큰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4일 2024년 제4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 심의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일라리스는 신청된 5개의 질환 중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 종양괴사인자 수용체 관련 주기적 증후군(TRAPS), 가족성 지중해열(FMF)에 한해 조건부 급여 적정성을 인정 받았다. 제약사는 이들 질환에 대한 급여를 적용받기 위해 근거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한국노바티스는 지난 2월 일라리스에 대한 약평위 심의를 신청해 동일한 결과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약평위 심의 결과에서도 근거 자료 제출을 조건으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지만 노바티스가 이의신청을 내면서 판정이 보류됐다. 일라리스는 2015년 허가를 받은 이후 2017년과 2022년 두 차례 급여 진입에 도전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유전 재발열 증후군의 일종인 CAPS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아밀로이드증, 청각상실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일라리스는 유전 재발열 증후군의 다양한 유형을 적응증으로 보유한 유일한 치료제다. 일라리스는 바이알당 평균 약 1600만원의 고가 신약으로, CAPS 환자가 일라리스를 이용하면 1년에 최대 2억원까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바티스 관계자는 5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심사 결과에서도 근거 자료 제출을 요구 받았는데, 내야할 자료가 너무 많고 무리한 부분도 있어 재심 신청을 했다”며 “이번에도 같은 결과를 받아 급여 진행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평위 결과 이후 2주 안에 결정해야 한다”면서 “다음주 중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CAPS 환아를 둔 한 보호자는 “기존 CAPS 약은 아이가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해서 전쟁 같았다”며 “약을 평생 써야 할 아이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일라리스가 급여권에 들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