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기업들이 진땀을 빼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최근 회사를 사칭해 전환사채 신청을 받는다는 광고가 유포된 사실을 확인하고, 전환사채 발행 계획이 없다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해당 광고에는 유한양행이 시장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환사채를 공급할 예정이며, 링크를 통해 신청을 유도하는 듯한 내용이 담겼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이번 사칭 광고는 당사와 무관하다”며 “투자자와 주주들은 거짓 광고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아직 확인된 피해자는 없다”면서 “금감원,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등에 신고를 접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2월 셀트리온도 비슷한 내용의 안내문을 공지한 바 있다. 당시 셀트리온은 ‘개발 중인 제품 현황’, ‘제약 브랜드 평판 1위’ 문구 등이 담긴 허위 광고를 공개하고 “전환사채 발행 계획이 없으며, 사칭 광고는 당사와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텔레그램 등 SNS로 불특정 다수에게 전환사채를 신청 받는다는 메세지가 유포됐다”며 “회사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막고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제약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생동성피해보상센터’라며 제약사를 통해 생동성시험 미지급 금액을 대신 전달해준다는 사례도 있었다. 문자나 메일로 보낸 보상금지급신청서를 작성한 뒤 전송해주면 며칠 내로 일정 금액을 송금해주겠다는 식이다.
생동성시험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의 하나로, 주로 제약사와 병원이 협약을 맺어 진행한다. 모든 시험 과정이 완료되면 병원 측은 대상자에게 참여비를 지급한다. 대부분 영업일 7일 이내 입금된다.
실제로 관련 보이스피싱 문자를 받았다는 A씨는 생동성시험 커뮤니티를 통해 “미지급금을 준다면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며 “생동성피해보상센터란 기관을 들어본 적이 없고 보상금지급신청서도 파일 형식이 아닌 이미지만 달랑 전송해 와서 이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비슷한 사례들이 있어 보이스피싱인 걸 알았다”며 “제약사나 병원에서 연락처가 유출됐나 싶었다.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연락한 건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제약업계는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사기는 업체가 직접 보상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공식 홈페이지나 문의 전화를 통해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업계 측면에서도 이런 허위 광고나 보이스피싱 사례가 나오면 보상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어 주주 대응 과정에서 진땀을 뺀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투자자나 주주들은 반드시 발행 회사의 공식적 소통 채널인 공식 홈페이지와 공시를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투자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