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위험예측 모델 개발과 보험사기 방지 등 AI(인공지능) 기술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I 기반 위험예측 모델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KB손해보험과 화재보험협회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서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분석 기술을 위해 협력하는 건 물론,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개선도 약속했다.
보험사는 이 같은 모델을 활용해 사고 위험을 예측하는 데 쓴다. 사람이 기존 경험을 중심으로 위험도를 판단한다면, 방대한 데이터를 한 번에 분석하는 AI는 다른 기준으로 판단을 내린다. 업계에선 수개월 동안 내린 AI의 판단을 분석한 결과, 손해율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해 더 적극 활용에 나서는 분위기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위험에 대한 예측이 핵심”이라며 “위험예측 모델을 통해 계약 심사 승인 과정에 위험 요소를 분석하거나, 높은 위험이 예상이 되는 곳에 사전 알림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화재보험협회와 KB손해보험의 방대한 위험 분석 데이터를 활용하면 AI 기반 위험 예측 모델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보험사기 방지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화재는 보험사기방지시스템(IFDS)을 업그레이드해 보험사기에 대한 분석력을 개선하고 보험사기 고위험군에 대한 사전탐지를 강화했다. 다양한 위험인자 지표를 바탕으로 보험사기 의심 건에 대한 위험도를 점수로 산출, 세부적인 속성과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식이다. 삼성화재 외에도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이 이 같은 AI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지난해 보험사기방지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사고가 접수되면 AI를 통해 해당 사고의 보험사기 가능성을 담당자들 화면에 표시해준다”라며 “담당자가 의심되는 건을 특수 조사 파트로 의뢰하면 더 면밀하게 보험사기 가능성을 검토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으로 보험사기를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도 올해 자동차사고 과실비율분쟁 심의에 AI를 도입,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자동차사고의 과실 비율을 산정할 때 사고 영상 분석에 AI를 도입, 과실 비율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취지다. 그동안 분쟁 심의를 진행하면서 쌓인 자동차사고 유형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해서 AI가 비슷한 유형을 분석한 결과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주면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거란 얘기다.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보험업계는 앞으로 AI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을 산업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생성형 AI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보험업은 전체 업무영역의 10.1%가 생성형 AI 적용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량의 데이터를 다루거나 복잡한 작업이 필요한 산업에서 생성형 AI가 더 큰 잠재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정보산업은 8.1%, 도매업은 7.1%, 헬스케어 및 사회복지산업은 6.7%의 영향만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앞으로 보험업계의 AI 활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관련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소비자·디지털연구실장은 지난 8일 발간한 ‘전자금융업 개편과 보험회사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국내・외 보험시장 내 AI 활용 사례를 살펴본 결과 보험산업 내 생성형 AI의 활용은 본격화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며, 사내 시범 운영 등을 통해 활용 범위를 넓히려 시도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훈련 데이터의 편향성,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등 AI 활용에 따른 위험에 대응하는 규제 강도가 점차 높아질 것”이라며 “보험산업 내 AI 활용 범위가 제약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예상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