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대가 2025학년도부터 예체능 계열 학과의 무전공 입학 도입을 추진해 학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재학생들은 예체능 특수성 고려하지 않는 방침에 대해 ‘교육 질 저하’를 이유로 반발에 나섰다.
성신여자대학교 음악대학 학생들은 4월 중순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에서 ‘실기과 무전공 입학 반대 제2차 교무위원회 시위’를 통해 “학생들과 소통 없이, 학과 특성 고려 없이 진행되는 학제개편을 중단을 요구한다”며 “성신의 위상을 하락시키는 제도 개편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성신여대는 지난 3월 2024학년도 제1차 정기 교무위원회에서 2025-2026학년도 모집단위 개편안을 논의했다. 예체능계열 학과를 기존 ‘유형1’선발에서 ‘유형2’로 분리해 일정 인원을 무전공 선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스포츠과학부, 음악대학, 미술대학 총 10개 학과에서 103명의 신입생을 무전공 입학으로 선발한다.
성신여대 재학생들은 예체능계열 무전공 입학제 도입은 예술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비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예체능계열을 분리해 선발할지라도 기본기와 재능을 판단하는 실기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성신여대 음악대학 학생회는 “무전공 입학 학생은 실기시험을 치루고 들어오지 않기에 입학 후 실기를 통해 들어온 학생들과 학습 능력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음대 교수진에게 떠넘기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실기평가는 각 학교마다 가진 전통과 개성을 보여주고, 이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성신여대 미술대학 학생회는 성명문을 통해 “실기는 입시생들과 각 학교의 전통, 개성과의 궁합, 대학과정을 성실히 이수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최소한의 분별방식”이라며 “무전공입학은 성신여대 미대의 입지를 떨어트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학은 ‘전문 예술인’을 양성하는 ‘대학’으로 존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성신여대 음악대학 학생회는 “성신여대는 예술대학이 아닌 음대라는 차별성으로 수도권 여성 대학의 예술성을 대표하는 지금이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실기과에 무전공 입학제 도입은 예술교육의 질을 저하해 결국 성신의 명성을 추락시킬 것”이고 전했다.
성신여대는 예체능계열 무전공 입학으로 ‘예술가의 꿈과 기질을 가진 학생, 입학 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할 것이라 설명했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우려를 반영해 예체능계열을 따로 분리해 선발한다”며 “그러기에 예체능 학과를 내신으로만 뽑아도 예체능과 아예 무관한 학생이 들어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수시와 정시에서 실기로 선발하는 인원이 더 많기에 학생들이 우려하는 학교 위상이 저하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 측은 예체능계열 무전공 입학은 대학교육의 본질인 배움과 진로탐색의 기회를 넓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대학에서 취업도 중요하지만 대학은 교육기관”이라며 “예술적 소양을 갖춘 학생을 학교가 교육으로 뒷받침하면 충분히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최상위권 미술대학인 홍익대학교는 지난 2013년도부터 미대에서 실기 전형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홍대 외에도 국민대, 서울대 등 국내 최상위권 미대도 성적을 강화하는 추세다. 서울대학교 2025년도 미술대학 입시요강에 따르면 미대 모든 학과가 수능 100%로 5배수를 선발한다. 성적이 낮으면 실기평가 기회조차 없다.
한편 무전공입학은 교육부의 ‘전공 벽 허물기’ 정책으로 학생의 전공선택권을 보장해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대학 입학 후 1년 동안 전공 탐색 기간을 가진 후 2학년 진급 시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다. 지난 1월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한국 고등교육(대학)은 전공별로 분절화 돼 있고 아이들의 전공 선택에 벽이 쳐 있다”며 “사회 각 부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에는 융합인재 양성이 절실하다”며 무전공 입학 확대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