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는 이번 4편을 끝으로 1막을 마친다. 주인공 마석도를 연기하는 배우이자 동시에 제작자이기도 한 마동석이 내린 결정이다. 1~4편이 과거 시점이라면 5~8편은 현재 시점과 맞닿은 사건을 그린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범죄도시4’(감독 허명행)는 그래서 더욱 상징적이다.
18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마동석은 시리즈 방향성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현재 5~8편 각본을 작업하고 있다. “4편으로도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운을 뗀 그는 “매 작품 충실하게 만들고자 한다”고 말을 이었다. ‘범죄도시4’는 온라인 도박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뻗어간다.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을 전하고자 공들인 3편과 달리 이번엔 마석도의 정서를 부각했다. 실제 형사들이 사건을 종결하기 전까지 피해자 사진을 휴대전화 잠금 화면에 두는 것을 보며 그는 마석도의 감정적인 면을 살리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번 편에는 자잘한 변화들이 담겼다. 조금은 물렁해진 장이수(박지환)와 콤비를 이룬 마석도의 능청스러운 면이 대표적이다. 그의 성장도 있다. 막무가내 같던 마석도는 4편에 다다르며 보다 더 노련하고 날카로워졌다. 주 전공이 아닌 분야를 건들 땐 사이버수사대와 협력할 줄도 안다. 그간 만난 형사들과 권일용 프로파일러 등 여러 전문가의 조언을 거친 덕에 가능했던 변주다.
빌런(악당)으로 합류한 김무열과 이동휘도 그에게 힘을 보탰다. 마동석은 “김무열과 이동휘가 제 역할을 잘해줬다”면서 “훌륭한 연기력과 운동실력을 가진 김무열과 웃긴 듯 서늘한 이동휘를 기대해 달라”고 했다. 이들 외에도 국가대표 복싱선수인 김지훈이 김무열의 오른팔로 등장해 마석도와 자웅을 겨룬다. 마석도가 사용하는 복싱 기술도 주먹질에 좀 더 힘을 싣는 슬러거 형식으로 달라졌다.
마동석에게 ‘범죄도시’는 “영혼과 뼈를 갈아 넣은 특별한 작품”이다. 지금껏 만든 영화 캐릭터 중 마석도에 스스로를 가장 많이 투영했단다. 그는 이제 ‘범죄도시’ 시리즈를 세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5~8편 중 외국인 범죄가 더해진 소재가 있다”고 말을 잇던 그는 “아직 밝힐 순 없지만 전 세계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자부했다. 당면한 숙제도 있다. 아는 맛이 맛있다는 호평과 식상하다는 혹평 사이 중심을 잡아야 해서다. 마동석은 “범죄 영화는 장르 특성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면서 “‘범죄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추구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범죄도시’만 기다리진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범죄도시’가 식상한 분은 다른 범죄물이나 ‘파묘’처럼 훌륭한 작품을 봐주시면 돼요. 하지만 ‘범죄도시’ 시리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재미는 분명히 있거든요. 그런 걸 잘 봐주시길 바랄 뿐이죠. 저희 영화는 늘 어려운 시기에 개봉했어요. 지금도 잘되는 영화를 제외하면 여전히 시장 상황이 좋진 않아요. 그저 관객을 즐겁게 하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영화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범죄도시’ 특유의 긴장감과 유머, 액션을 기대해 주세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