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투자저축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지배구조부터 현재 경영 상황과 리스크 등을 들여다봤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지난 1982년 12월 설립된 고려상호신용금고가 전신이다. 1996년 9월 동원증권(현 한국투자금융지주)이 고려상호신용금고 지분 80%를 인수하며 대주주가 됐다. 이후 2001년 1월 안흥상호신용금고를 인수, 2005년 3월 동원캐피탈을 흡수 합병하며 규모를 키웠다. 2002년 3월 동원상호저축은행, 2005년 6월 한국투자상호저축은행, 2010년 9월 한국투자저축은행으로 세 차례 상호를 변경해 지금의 이름이 됐다.
경기, 인천, 호남, 제주 지역에서 주로 영업하던 한국투자저축은행은 2014년 9월 예성저축은행을 인수하며 서울 지역에 진출했다. 이후 한국투자저축은행은 2010년대 후반을 거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4년말 1조4268억원이었던 총 자산은 지난해말 8조4370억원까지 불어나며 저축은행 업계 3위까지 올라섰다. 당기순이익도 2014년말 153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2022년말 순이익 895억원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순이익 95% 하락…연체율·고정여신비율 상승
지난해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순이익이 크게 하락하며 수익 상황이 악화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공여액이 많은 편인데 연체율과 고정여신비율 모두 상승했다.
24일 금감원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투자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40억원이었다. 전년도 순익 800억원 보다 95% 줄어든 규모다. 순이익의 하락으로 성장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도 나빠졌다. 자기자본수익률(ROE)은 2022년 12.0%에서 2023년 0.4%로 하락했고, 총자산순이익률(ROA)은 12.0%에서 0.04%로 대폭 줄었다. 한국투자저축은행 측은 경영공시를 통해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주요 원인에 대해 “조달비용 상승 및 대손충당금 증가”라고 밝혔다.
최근 건전성 우려로 업계에 위기감이 높아진 부동산 PF 대출 자산도 문제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이 보유한 지난해말 부동산 PF 신용공여액은 8111억원으로 전년(9614억원)보다 15.6% 줄었지만, 여전히 자산규모 상위 5대 저축은행 중 OK저축은행(1조831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부동산 PF 연체율은 6.3%로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평균 연체율 6.55% 보다 낮지만, 전년(2.9%)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부동산 PF 대출에서 고정이하여신(472억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5.8%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말(7.7%)보다 악화됐다. 1년 전 1.8%(175억원) 보다 3배 이상 높아진 결과다.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요주의여신(3337억원)이 차지하는 비율도 전년 9.8%에 비해 41.4%로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의 부실 부동산 PF 사업장 가이드라인을 따라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순이익이 낮아진 것 역시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여파로 봤다. 한국투자저축은행 관계자는 “본 PF보다 브리지론 PF의 영향이 크다”라며 “지난해 브리지론 PF에 대해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을 많이 하면서 순이익이 많이 줄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2년 4분기 고금리로 예금을 조달하며 조달 비용이 많이 상승해서 순이익 규모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며 “올해 고금리 부분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올해 브리지론 PF에 대해선 금감원의 추가 충당금 적립 요구에 맞춰서 계속 추가 적립을 하고 있다”라며 “나머지는 경·공매와 채권 매각을 통해서 일부 회수를 하는 등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NPL(부실채권) 펀드 통해 매각 대상을 추출하고 있다”라며 “아마 상반기 내에는 매각 작업에 착수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금감원, 부동산 PF 손실흡수 강화…충당금 추가 적립 주문
금감원은 한국투자저축은행이 부동산 PF 관련 손실흡수 능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8일 “PF 대출 여부를 면밀히 확인하고, 사업성 평가를 강화해 적정한 수준의 충당금을 적립함으로써 손실흡수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한국투자저축은행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이어 “향후 부동산경기 침체 장기화 및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 등에 대비해 충당금 적립을 강화하고, 채권 회수 방안 및 부동산업 신용공여 한도 관리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이와 함께 금감원으로부터 대손충당금을 규정보다 적게 적립한 이유로 기관 경고 및 과태료 등 제재 조치를 받기도 했다. 결산일을 기준으로 부실 징후가 발생해 자산건전성을 ‘요주의’로 분류해야 하는 15건의 대출을 ‘정상’으로 분류해 대손충당금 42억7500만원 적게 적립한 것이 문제였다. 금감원은 “PF 대출을 일반대출로 분류하거나, 사업성 평가를 관대하게 수행하는 등 충당금을 충분하게 적립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순이익 급감에도 950억원 배당…한투저축 “BIS 비율 15% 넘겨”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지난해 순이익(40억원)을 초과한 950억원의 과당배당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공시를 통해 배당액 변동의 주요원인을 “직전년도 미배당”으로 설명했다. 2022년 배당금은 0원이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순이익이 크게 낮아진 해에 모기업으로 거액이 흘러 들어간 것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 측은 이를 ‘그룹 차원의 효율적 자원 배분’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배당을 해도 BIS 비율(자기자본비율)이 15%를 넘는다”라며 “금감원에서 권고하는 BIS 비율 11%를 충분히 넘긴 상태였으나, 그럼에도 혹시 모르니 15% 이상이 되게끔 진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