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온 뉴스는 이렇다. 정부와 의사들이 양보와 타협을 미루는 동안 환자들은 병상에서 눈물 흘렸다. 치솟는 물가 탓에 55만명이 본업 외에 부업에 뛰어들었다. 여성을 폭행하고 살해한 범죄자가 또 나왔고,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공무원이 사망했다. 서아시아, 동유럽 하늘에는 여전히 미사일이 날아다닌다.
삶은 비극이다. 수백만, 수천만의 비극이 모이는 세상이 평안하게 흘러갈 리 없다. 때문에 언론이 비추는 사회는 늘 잔혹하고 비통하다. 사람들이 뉴스를 보지 않는다. 그럴만하다. 고통 회피는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이뿐일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3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텔레비전, 라디오 등과 같은 전통매체는 물론 인터넷 포털, 메신저 서비스, SNS, 팟캐스트,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등에서 수용자의 뉴스 이용이 전반적으로 줄었다. 인터넷 포털의 뉴스 이용률은 69.6%로 조사를 시작한 2017년 이래 처음으로 70% 이하로 떨어졌다.
사람들이 뉴스를 보지 않게 된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뉴스 신뢰도 하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갤럽이 공개한 미국인 언론 신뢰도 조사 결과 언론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전체 응답자 1016명 중 39%에 달했다. 언론이 편파적이라고 생각하거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짙어졌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뉴스 피로도는 높아져만 간다.
뉴스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수용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도 뉴스 회피 원인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언론재단 역시 “뉴스 수용자들이 이전에는 인터넷 포털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 중 뉴스를 주로 이용했다면, 이제는 다른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일 수 있다”면서 “언론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발달로 정보 채널은 기하급수로 늘어났다. 정보를 선택적으로 소비하는 이가 많아졌고, 뉴스도 이런 흐름을 따르기 시작했다. 새로운 플랫폼이 나올 때마다 언론은 단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목표를 향해 뛰어갔다. 비디오, 오디오, 카드뉴스, 뉴스레터, 인터랙티브 페이지, 소셜미디어. 많은 독자가 기사를 봤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문제는 분석과 계획 없이 뛰어든 시도, 실패의 조짐이 보이면 끝나버리는 실험, 늘 시간과 인력에 쫓기는 업의 특성이었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는 ‘2024 저널리즘, 미디어 그리고 기술의 경향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뉴스 기피 현상을 다루며 뉴스 소비자들이 너무 많은 선택지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언론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방향으로 나아가느라 이들의 시간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 회피 악순환은 이런 식으로도 반복한다.
근래 참여했던 저널리즘 세미나나 강의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것이다. ‘언론사의 경쟁상대는 더 이상 언론사가 아니다. 넷플릭스다.’ 수없이 많은 콘텐츠 사이에서 소비자의 선택받은 뉴스가 있다면, 그것은 넷플릭스를 따라 한 무엇이 아닐 것이다. 뉴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뉴스답게 할 때 콘텐츠의 가치가 생긴다고 믿는다. 플랫폼과 포맷에 맞춘, 그저 노출을 위한 기사를 나부터 쓰지 않겠다. 언제 어디서든 반드시 읽히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겠다.
민수미 편집부장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