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를 낳은 시흥 교량 붕괴 사고 원인으로 구조물 결함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전에 제작·납품된 상판 구조물이 규격에 맞지 않게 생산돼 강도가 부족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사고 원인이 크레인에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 및 관계기관은 사고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구조물 운반 중 붕괴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달 30일 오후 4시 30분께 경기도 시흥시 월곶동 시화 MTV 서해안 우회도로 건설 현장에서 발생했다. 공사는 두 교각 위에 거더(건설 구조물을 떠받치는 보) 9개를 올려 받친 뒤 상판 구조물을 얹는 식으로 진행 중이었다. 8개 거더를 올리고 9번째 거더를 올리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6명이 부상을 입고 근로자 1명이 목숨을 잃었다. 붕괴된 구조물은 길이 54.90m·높이 2.50m SS거더다. SS거더는 처짐과 진동에 능하게끔 단면 강성을 높인 거더를 말한다. 거더 무게는 160톤으로 알려졌다.
크레인⋅레미콘 업계는 운반 작업 중 사고가 난 점을 미루어 구조물 자체 결함을 의심하고 있다. 한국크레인협회 관계자는 3일 “크레인 두 대가 한 개의 긴 물건을 옮길 때 크레인기사, 신호수, 줄거리 작업자, 안전관리 감독관 등이 신중하게 작업해야 한다. (크레인이) 서로 균형이 안 맞으면 사고가 날 수 있다”라며 “예행연습이나 작업으로 숙달되도록 노력이 필요하고 교육이 필요한데, 이번 사고는 (거더가) 중간에 부러졌다고 하니까 크레인 사고보다는 구조물 문제로 인해서 발생한 게 아닌가 생각 한다”고 진단했다.
붕괴된 거더 양 끝엔 강철 앵커가 달려 있었다. 앵커에 철근 고리를 달고, 크레인 후크에 매달아 운반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엔 최대 500톤, 700톤 인양이 가능한 대형 크레인이 한 대씩 배치돼있었다. 협회에 따르면 55m에 달하는 긴 구조물을 양 쪽에서 운반하면 휨이 발생할 수 있다. 크레인협회 관계자는 “작업계획서를 보고 잘못된 부분이 무엇인가를 파악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광주) 화정사례도 굳지 않은 상태에서 붕괴사고가 낫듯 구조적인 부분부터 짚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인 조종 미숙 주장도
일각에선 크레인을 사고 원인에서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크레인 양중능력은 작업 반경에 따라 달라진다. 500톤을 견디는 크레인이라도 작업 반경이 늘어나면 인양 가능한 무게는 줄어든다. 크레인 두 대 중 한 대는 기울어져있었다. 사고 당시 크레인 한 대가 균형을 잃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레미콘 업계는 문제의 거더가 프리캐스트 제품이라 이번 사고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프리캐스트 콘크리트는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콘크리트 구조체(기둥·보·슬라브·벽체 등)를 공장에서 사전제작·생산한 다음 현장으로 운반해 조립·시공하는 건설방식이다.
레미콘공업협회 관계자는 같은 날 “현장에서 구조물을 제작한 게 아니고 사전에 제작해서 공급한 걸로 이해하고 있다”며 “조사과정에서 압축강도 테스트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레미콘은 굳지 않은 콘크리트”라며 “완성된 구조물을 얹히는 공사였기 때문에 레미콘과는 별개로 이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경찰은 사고 발생 3일째인 지난 2일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전날(3일)엔 발주처인 한국수자원공사와 과학수사팀이 현장에 들렀다. 근로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중대재해로써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는 “관계당국 협조아래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