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환보유액이 지난달 약 60억달러 줄었다. 미국 달러화 강세와 당국의 시장 안정화 노력에 기인한다.
7일 한국은행은 4월 말 외환보유액이 4132억6000만달러(약 561조6000억원)로, 3월 말(4192억5000만달러)보다 59억9000만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을 자산별로 보면 예치금(188억5000만달러)은 전월보다 116억9000만달러,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특별인출권(SDR·146억4000만달러)은 6000만달러 감소했다.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3706억1000만달러)은 57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금은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달러를 유지했다.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감소 원인으로 “외환시장 안정화 노력, 분기 말 효과 소멸에 따른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감소,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미국 달러 환산액 감소 등이 겹친 결과”를 들었다.
외환 당국의 외환시장 안정화 노력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달러를 풀어 환변동성에 대처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미국 달러화 지수는 약 1.0%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지난달 16일 오전 11시32분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2022년 11월7일 장중 1413.5원을 기록한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초에도 달러화 강세를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원인으로 들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1, 2월 연속으로 줄어들었다가 3월 잠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3월에도 미국 달러화 지수가 약 0.5% 상승하는 등 달러화 강세가 이어졌다.
당시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이 늘어난 건)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 외화자산 운용수익 증가 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엔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이 맺은 외환 스와프 협약에 따른 달러 공급도 포함된다.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은 2022년 10월 100억 달러 한도의 외환 스왑 협약을 맺은 후 지난해 350억 달러로 한도를 새로 설정했다.
국민연금이 필요할 경우 한국은행을 통해 한도 안에서 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측은 “외환보유액엔 국민연금과의 통화스왑 자금이 제외돼 있다”라며 “통화스왑 자금은 만기 시 전액 환원되기 때문에 향후 외환보유액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지표 충족을 위해 3월 말 잠시 늘어난 금융기관 외화예수금이 다시 줄어든 영향도 있다. 미국 달러 가치가 상승한 만큼 달러로 환산한 기타 통화 외화자산 가치는 하락했다.
한국은행 측은 “현재 외환보유액은 GDP의 25%로 OECD 평균(17.5%, 2020년 기준)을 상회하고, 세계 9위 수준으로 외부 충격에 대응하는 데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며 “IMF, 국제신용평가사 등도 단기외채 비율, 경상지급액 비율 등 고려 시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외부 충격 대응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3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4193억달러)는 세계 9위 수준이다. 중국이 3조2457억달러로 가장 많고, 일본(1조2906억달러)과 스위스(8816억달러)가 뒤를 이었다.
인도(6464억달러), 러시아(5904억달러), 대만(5681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552억달러), 홍콩(4235억달러)이 한국보다 높은 외환보유액을 기록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