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노후 자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사적 연금보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개인연금보험 시장은 매년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연금보험의 전체 수입보험료는 최근 6개년(2017~2022년) 동안 약 2.8% 감소하는 추세다. 생명보험협회에서 발표한 자료에서도 2022년 생보사가 연금저축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45.9%로 2015년 50.9%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금융투자사의 연금저축 점유율은 2015년 8.1%에서 2022년 14.3%로 증가했다. 2021년 펀드의 연금저축 신규계약 건수(163만4000만건)가 전체 93.4%를 차지하는 등 연금저축에서 보험업계의 입지가 줄어든 모습이다.
국내 연금보험이 정체된 원인으로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할 만한 상품이 부족한 점, 노후 자산 형성을 위한 정교한 세제 제도가 미흡한 점 등이 꼽힌다. 오병국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2일 발표한 ‘소득 크레바스에 대한 인식과 주관적 대비’ 보고서에서 “아직 은퇴 후 소득 준비 수단으로 사적연금 활용도가 높지 않다”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지원과 금융회사의 다양한 연금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보험사에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된 것도 개인연금보험에 영향을 미쳤다. 보험사 입장에선 저축성 보험인 연금보험을 팔수록 회계상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상품별 보험계약마진율에 따르면 연금보험의 보험계약마진율은 1.9%으로, 건강보험(18.8%)이나 종신보험(4.0%)보다 미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
반대로 개인연금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급격한 고령화로 OECD는 2년 후인 2026년 한국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공적연금인 국민연금 적립금의 고갈 시점도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2013년에 예상한 국민연금 적립금 고갈 시점은 2060년이었지만, 지난해엔 2055년으로 당겨졌다.
보험업계에선 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연금보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노후 빈곤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유병자 연금보험이란 새로운 시장 개척이 국내 개인연금 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발표된 경험생명표에서 국내 인구의 평균수명은 남성이 86.7세, 여성이 90.7세로 5년 전보다 2.8세, 2.2세 늘어났다.
유병자 연금보험을 활성화하려면 해외 사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연금상품이 생명보험료 수입 90%를 차지할 정도로 연금 사업이 발달한 영국 사례가 언급된다. 특히 퇴직자산으로 종신연금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유병자 연금시장 활성화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직접 지원 대신 퇴직자산을 일시금으로 인출할 경우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정책을 통해 유병자 연금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7일 “고령화, 기대수명 증가에 비해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생보사를 중심으로 사적 연금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금보험 활성화를 위해선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라며 “일반 연금보험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비과세 한도를 완화, 또는 사업비 규제(7년 시점 해지환급률)를 추가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