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끝난 지 불과 한 달여 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권은 아전인수식 정치적 주장을 펼치며 21대 국회와 같은 ‘무협치’ 행보를 반복할 조짐이다.
‘여소야대’라는 지형을 연출한 22대 총선은 정권 심판론의 결과라고 평가된다. 어떠한 이유든지 정부 여당은 국정운영 실패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변화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야만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소 다르다.
잘못에 대한 심판을 내리고 변화를 촉구한 것인데 시늉만 내는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여러 정치 현안에 대한 답을 내놨고, 또 지난달 8일에는 취임 후 첫 영수회담을 열었다. 과거와 다르게 언론, 야당과 소통을 개시했다는 점에서는 변화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정작 중요한 내용물이 공허하다.
대통령실은 민심을 청취하기 위해 민정수석실을 부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출신 인사를 앉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여권 내에서도 주장되고 있는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민심을 받아들인다고 했지만, 편의대로 재해석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도 민심과는 꽤 거리가 있다. 192석에 달하는 범야권이 특검 수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경찰·공수처의 수사를 지켜본 후에야 특검법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여전히 특검 수용 불가 입장을 내고 있다. 거부권 행사 시 거센 야당의 반발은 불가피한데 결국 총선 전 정치권의 모습과 달라질 게 없다.
민심을 듣고자 막연히 전통 시장으로 나갈 게 아니다. 정치 파트너인 야당의 의견을 경청하고 거기에 녹아 들어 있는 다양한 민의를 찾아내는 것도 민심 탐방의 방법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총선 민심을 올곧이 받들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것은 민주당이 잘해서가 결코 아닐 것이다. 국정 책임의 주체임에도 그 역할을 내실 있게 이뤄내지 못한 정부와 여당에 대해 경고장을 꺼내 들기 위해 불가피하게 야당에 표를 준 것뿐이다. 일종의 반사 이익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조국혁신당이라는 제3세력을 남겨 민주당에도 견제의 메시지를 줬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지만, 결코 오만하면 안 된다. 정쟁적 요소가 다분한 의제들도 ‘민심’이라는 포장지를 덧씌워가면서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가려는 얄팍한 모습들도 조금씩 보이고 있다. 다수 의석을 앞세워가며 중립성을 포기한 국회의장 등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모든 상임위 위원장직을 가져가겠다는 것은 대화와 협치를 요구한 민심의 뜻과는 괘를 같이 하지 않을 것이다.
황인성 정치부장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