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의 연회비를 받는 프리미엄 카드의 유행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연회비 수익과 우량 고객 유치를 위해 프리미엄 카드를 계속 출시하는 분위기다.
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연회비 20만원의 프리미엄 카드 ‘현대카드 서밋’을 지난 2일 공개했다. 경제적·사회적으로 정상에 오른 세대라는 뜻으로 X세대로 불린 1970년대생을 위해 탄생했다는 콘셉트다. 가족과 자녀는 물론 나를 위한 소비도 아끼지 않는 특성을 반영해 매년 15만원권 바우처와 전 세계 1000여개 공항 라운지(연 5회) 이용, 인천국제공항과 국내 특급호텔 발레파킹 서비스(월 5회) 등 프리미엄 혜택을 제공한다. 또 교육, 의료, 여행 등 일상 영역의 이용 혜택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하나카드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이드(JADE)’를 지난 2월 선보였다. 연회비 12만원의 프리미엄 카드 제이드 클래식을 시작으로 3종의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제이드 클래식도 호텔 다이닝이나 상품권·주유권 등 9~1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매년 1회 제공하고, 전 세계 공항 라운지를 연 3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특징이다.
우리카드는 연회비 15만원의 ‘카드의정석 디어(Dear)’ 2종을 지난 3월 출시했다. 쇼핑에 특화된 ‘디어 쇼퍼’는 패션, 백화점 및 아울렛, 생활, 해외 온오프라인 업종 5% 적립, 여행에 특화된 ‘디어 트래블러’는 호텔, 항공사, 숙박 플랫폼 등 여행 및 교통, 해외 온오프라인 업종에서 이용금액의 5%를 적립이 특징이다. 호텔이용권이나 포인트 등 10만원 상당의 기프트를 매년 제공하고, 국내외 공항 라운지를 동반 1인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카드업계에선 프리미엄 카드의 유행이 이어지는 이유로 고객들의 달라진 소비 패턴을 꼽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14일 “고객을 세분화해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카드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라며 “예전엔 다양한 카드로 여러 혜택을 받는 게 트렌드였다면, 요즘엔 고객들이 한 가지 카드를 써도 확실하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카드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 소비를 겨냥한 프리미엄 카드가 늘어나는 점도 특징이다. 많은 금액을 쓰는 우량고객들이 해외여행을 자주 간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연회비 20만원의 신한카드의 ‘The BEST-F’는 면세점과 항공 할인이 포함돼 있고, 연회비 30만원의 KB국민카드의 ‘BeV V’엔 해외여행상품이나 호텔·렌트·골프 등을 할인해주는 혜택이 들어 있다.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과 호텔 발레파킹 서비스는 대부분 프리미엄 카드에 포함돼 있다.
지난해 카드사들은 역대 가장 높은 연회비 수익을 거뒀다. 금융권에 따르면 따르면 지난해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KB국민·삼성·롯데·현대·하나·우리·비씨카드)의 연회비 수익은 1조33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1조2259억원) 대비 8.6% 증가한 수치다. 현대카드가 연회비 수익 2945억원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거뒀다.
고액 연회비를 받는 프리미엄 카드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신용카드 플랫폼인 카드고릴라가 지난해 상반기 출시된 신용카드 59종을 조사한 결과, 평균 연회비는 8만3453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상반기 출시된 신용카드 76종의 평균 연회비(3만8171원)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카드사들도 프리미엄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을 반기는 분위기다. 고액의 연회비를 낸 만큼 충성도가 높고 소비액도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카드는 우량 회원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만큼 카드사 건전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며 “프리미엄 카드를 쓰는 고객은 연체율이 낮은 편이란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