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 무너지고 황무지만 남은 시대. 아무도 모르는 비밀 낙원, 풍요의 땅에는 퓨리오사(안야 테일러-조이) 모녀를 비롯해 여러 사람이 산다. 어린 퓨리오사는 자신들의 터전에 침입한 바이커족을 쫓으려다 납치당하고, 그들을 이끄는 디멘투스(크리스 헴스워스)로 인해 어머니를 잃는다.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퓨리오사는 풍요의 땅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고 긴 여정을 시작한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감독 조지 밀러)는 ‘매드맥스’ 시리즈를 사랑하는 관객에게 선물 같은 작품이다. 이미 완성도 높은 시리즈에 적절히 살을 붙이며 서사를 풍성하게 채웠다. 전편 제목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였던 것과 달리 이번 신작은 제목에서부터 퓨리오사가 매드맥스보다 선행한다. 퓨리오사의 서사는 그 자체로 ‘매드맥스’ 세계관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영화는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퓨리오사의 처절한 투쟁기를 담아낸다. 1장 ‘도달 불능점’을 시작으로 2장 ‘황무지가 가르쳐준 것들’, 3장 ‘탈주’, 4장 ‘집으로’, 5장 ‘복수, 그 너머’로 이어진다. 바이커족이 서막을 여는 가운데 황무지 제1요새이자 임모탄 조(러치 험)의 본거지인 시타델을 비롯해 가스타운, 무기농장이 주 무대로 등장한다. 사막을 질주하는 차들과 익숙한 시타델, 워보이 등을 보며 ‘매드맥스’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3장은 영화의 백미다. 탈주라는 소제목에 걸맞게 엄청난 차량 추격신이 나온다. 전편보다 더욱더 강렬하고 격렬하며 생동감과 박진감이 넘쳐흐른다. 상상으로도 어려운 장면을 실제로 구현한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 장면도 놓칠 곳이 없다. 상영시간이 2시간38분으로 다소 긴 편이지만 시계를 볼 새가 없다. 압도적인 화면에 빠져들다 보면 시간이 금세 흘러간다.
화려한 액션과 함께 돋보이는 건 꽉 채운 서사다. 전작들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에 비어있던 곳을 채워 넣고 개연성을 더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흠잡을 데나 지루할 틈도 남기지 않고 완벽을 향해 달려간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 생각하고 향유할 거리가 가득하다. 날것의 잔인함이 고스란히 나오는 대목도 있다. 과격한 장면을 잘 보지 못한다면 깜짝 놀랄 장면이 여럿이다. 하지만 그런 편이어도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인상적이다. 안야 테일러-조이는 고독하고 처절한 전사로 변신했다. 캐릭터에 걸맞은 대담함과 담력이 느껴진다. 큰 눈으로 뿜어내는 감정이 인상적이다. 퓨리오사의 아역과 어머니 역을 맡은 배우들 역시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국내 관객에게 토르로 익숙한 크리스 헴스워스는 기존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호연을 펼친다. 야만적이고 비열하며 잔혹한 디멘투스를 차지게 연기한다.
모든 배우가 물 만난 고기처럼 뛰어노는 가운데 인상적인 연출이 극을 안정적으로 떠받친다. 작품이 온점을 찍는 순간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 향수를 느끼게 된다. 영화는 친절히 추억의 반추를 돕는다. 퓨리오사를 향한 애정도 더욱 커진다. 전편에 이어 새로운 전설이 될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 시간 158분.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