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탁구대회’에 두 팔 걷어붙인 이에리사 [쿠키인터뷰]

‘시니어 탁구대회’에 두 팔 걷어붙인 이에리사 [쿠키인터뷰]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공동 위원장 맡아 활발한 활동
생활 체육 ‘톱’은 탁구…6월1일 시니어 탁구대회 개최

기사승인 2024-05-20 06:00:02
이에리사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공동 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이에리사 휴먼스포츠 사무실에서 쿠키뉴스와 만났다. 사진=박효상 기자

이름 앞에 언제나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사람. ‘사라예보의 전설’에서 최고의 지도자로 거듭나고, 여성 최초의 ‘선수촌장’에 이어 국회 입성까지. 아무도 가지 못했던 길에 언제나 첫 발을 내딛고 선구자 역할을 해온 이에리사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공동 위원장이 최근엔 대한시니어탁구협회 회장을 맡아 시니어 탁구 보급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1973년 사라예보에서 열린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 우승에 이은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개인 단식 7연패 등 선수로서 세운 업적 못지않게, 이에리사 위원장이 행정가로서 보여준 면모와 국회 의정 활동을 통해 개선해낸 점 또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1954년생으로 올해 고희를 맞는 이에리사 위원장은 지금도 여전히 현장을 누비며 체육회와 정부 부처의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다양한 지원과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전국 방방곡곡을 발로 뛰고 있다. 쿠키뉴스는 지난 10일 이에리사 휴먼스포츠 사무실에서 이에리사 위원장과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이에리사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공동 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이에리사 휴먼스포츠 사무실에서 쿠키뉴스와 만났다. 사진=박효상 기자

이에리사 위원장은 “국회에서 4년간 의원 생활을 마치고 ‘이에리사 휴먼스포츠’라는 자그마한 비영리 단체를 만들었다”면서 “지인들과 제자들, 주변 사람들이 후원해주는 소중한 돈으로 자라나는 꿈나무, 운동하는 아이들, 유망주, 장애인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드러나지 않는 일들을 소박하게 하면서 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2021년 8월 스포츠기본법이 제정됐고, 이듬해인 2022년 2월 시행령이 통과됐음에도 약 2년가량 지지부진했던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는 이에리사 민간위원장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공동 위원장을 맡은 지난해 12월20일 본격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행보를 펼치기 시작했다.

이에리사 위원장은 “대한체육회가 만들어진 지 104년이 지났다”면서 “대한민국 체육 구조를 들여다보고 미래를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체육계가 정치화돼선 안 된다”고 강조한 이 위원장은 “대한민국 체육 행정은 물론 정책, 현장 모습 등을 모두 꼼꼼하게 살펴서 체육인들과 학자들, 행정가들이 새로운 틀과 조직, 정책 등을 선진화 할 수 있도록 판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위원장의 각오에서 진심이 느껴지는 건 그동안 그가 보여준 행보 덕분이다. 2005년 여성 최초의 태릉선수촌장으로 취임한 이후 이 위원장은 반신반의 했던 시각을 일소하면서 선수촌에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취임하자마자 촌장실부터 절반으로 축소한 이 위원장이 잘 먹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선수들의 영양 관리를 위해 선수촌 주방을 직접 수차례 찾아 식단부터 위생까지 직접 지도한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지도자들의 처우 개선은 물론 ‘싸움꾼 촌장’으로 불리게 됐던 리모델링 허가권 투쟁까지, 이 위원장은 맡은 바 역할에서 언제나 성과를 내왔다. 당시를 회상하며 이 위원장은 “행정과 현장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애썼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이에리사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공동 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이에리사 휴먼스포츠 사무실에서 쿠키뉴스와 만났다. 사진=박효상 기자

다가오는 시니어 탁구대회에 앞서 아껴 두었던 ‘탁구 예찬’도 들을 수 있었다. 이 위원장은 선수촌장 시절은 물론 국회 입성 이후에도 다양한 종목을 모두 함께 챙기기 위해 일부러 탁구 자랑을 자제하고 있었는데, 이제 시니어 탁구협회도 이끄는 상황에선 거침이 없었다.

이 위원장은 “생활 체육에서 단연 톱이 탁구”라고 힘주어 이야기 하면서 “탁구의 가장 큰 장점은 라켓 하나만 사면 되기 때문에 돈이 많이 안 든다는 것, 실내 종목이라 의지만 있다면 365일 할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이어 “인원도 많이 필요하지 않고 내 파트너 한 명만 있으면 된다”면서 “요즘에는 로봇하고도 할 수 있어 혼자서 즐기는 분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시니어 탁구대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 위원장은 “국회 임기를 끝낸 이후 우연히 ‘시니어 올림픽’을 보고 쇼크를 받았다”면서 “캐나다에서 시니어 탁구대회가 열렸는데, 그걸 보면서 ‘그래,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추진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 위원장은 즉각 이에리사 휴먼스포츠 법인을 만들고 ‘에리사랑 시니어탁구대회’를 만들었다. 선수 출신은 참가하지 못하도록 제한해 순수 동호인들이 즐길 수 있게 유도했다. 높은 등수에 입상한 선수들의 상품은 오히려 적게 주되, 참가한 모든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으로 푸짐한 기념품을 나눠주었고, 대회 현장을 하나의 큰 커뮤니티처럼 교류와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이에리사 휴먼스포츠가 운영하던 이 대회는 지금은 시니어 탁구협회로 이관돼 현재는 협회가 진행하고 있다.

이에리사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공동 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이에리사 휴먼스포츠 사무실에서 쿠키뉴스와 만났다. 사진=박효상 기자

이 위원장은 시니어 탁구대회에 관심을 갖고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예전에 비해 은퇴가 너무 빨라진 점을 들었다. 이 위원장은 “최근에는 50대에 은퇴하는 사람들도 많다”면서 “100세 시대에 시니어들의 삶은 건강해야 하고 보다 활력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는 6월1일에는 제3회 회장배 전국시니어탁구대회 개최도 예정돼 있는데, 대한시니어탁구협회는 이번 대회의 목적으로 ‘100세 시대에 시니어들이 탁구를 통해 소통하고 교류하며 삶에 질을 높이는 것’을 전면에 내세웠다. 고령화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신체적 건강은 물론 정서적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현 시점에 가장 부합하는 대회 기획이 아닐 수 없다.

끝으로 탁구대회를 개최하면서 느낀 보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생활 체육의 가치는 즐거움에 있다. 시니어 탁구대회를 개최하면서 제가 가장 좋았던 것은 참가한 분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점”이었다면서 “시니어 탁구대회에선 초보자를 대환영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회에 참가했다고 해서 입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마시고, 순수하게 재미를 느끼고 즐겨주시면 좋겠다”면서 “시니어들의 체육 활동이 좋은 이유는 내가 직접 참여해 땀을 흘리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집에 돌아가면 편안히 잠을 잘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강과 정서적 교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사람은 오는 6월1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서 열리는 2024 제3회 회장배 전국시니어탁구대회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은 어떨까. 전국의 50세 이상 모두에게 문은 열려있다.

'시니어 탁구대회' 두 팔 걷어붙인 이에리사 [쿠키인터뷰]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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