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김호중이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한 가운데, 경찰이 김호중과 소속사 대표 등의 출국을 막는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호중과 소속사 직원 및 대표 등 4명에 대한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신청했다. 김호중 대신 자수한 매니저와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한 소속사 본부장도 이번 조치에 포함됐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압구정동의 한 2차선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 마주 오던 택시와 접촉사고를 내고 달아났다. 이후 조사에 불응하고 자택이 아닌 경기도 한 호텔에서 머무르다 약 17시간이 지난 10일 오후 4시30분쯤 경찰에 출석했다.

이 과정에서 김호중이 매니저가 운전했다고 허위 진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었다. 매니저 역시 사고 당시 김호중이 입던 옷을 착용하고 허위 자수하는 등 자신이 운전자인 것처럼 꾸몄다. 소속사 대표는 이 모든 걸 자신이 지시했다고 입장을 냈으나, 김호중이 매니저에게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다”며 대리 출석을 요구한 녹취 파일이 나와 문제가 됐다. 경찰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보고 혐의점을 살피는 중이다.

김호중은 음주 사실을 거듭 부인하다 창원 공연을 마친 19일 늦은 밤 돌연 “음주운전을 했다”며 사과문을 냈다. 뺑소니 사고를 낸 지 열흘 만이다. 그는 팬카페에도 글을 올리고 “어리석은 내 모습이 싫다”, “죄지은 사람이 말이 길면 뭐 하겠냐”, “조사가 끝나고 모든 결과가 나오면 돌아오겠다” 등의 내용을 담은 심경글을 올렸다.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역시 “아티스트를 보호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최초 공식 입장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했다”며 고개 숙였다.

일각에서는 음주 정황이 드러난 데다 참고인 조사가 시작되고 경찰이 구속 영장 신청을 검토하는 등 압박 수위가 거세지자 김호중이 부담을 느껴 사실을 시인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김천을 비롯해 다수 지역에서 공연을 앞둔 만큼 구속이 치명적이라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소속사 측은 인정된 혐의가 없어 공연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호중 역시 지난 18일 무대에 올라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해 빈축을 샀다.

경찰은 조만간 김호중을 소환해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현재 적용 혐의는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다. 경찰은 김호중의 사고 당일 음주량과 도주 이유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 물을 예정이다. 현재 김호중과 동석한 것으로 알려진 유명 가수, 코미디언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마친 상태다. 김호중이 증거인멸을 지시한 정황과 범행을 어디까지 인정하는지에 따라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