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등을 둘러싼 의정 갈등 속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 정부와 의료계를 향해 “조금씩 양보해 타협안을 도출해달라”고 마지막까지 호소했던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 회장이 19일 별세했다. 향년 78세.
이 회장은 지난 2001년 위암에 이어 2016년 폐암을 진단받고 20여년간 암 환자로 투병했다. 폐암 4기 진단을 받은 뒤 124번의 항암 치료를 받은 그는 지난해 11월 치료를 중단했다. 이후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해 지난달 퇴원했다.
고인은 2020년부터 폐암 환자들을 대변하는 한국폐암환우회를 조직해 회장직을 맡았다. 최근 의정 갈등과 의료공백 사태를 맞아 ‘환자 중심 의료’를 주문하며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회원들과 집회를 열고 사태 해결을 호소한 바 있다.
생전 전공의들에게 “어려운 환경일수록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제네바 선언을 지켜달라”는 말을 남겼다. 제네바 선언은 일반적으로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알려져 있으며, 의사들이 지켜야 할 윤리를 담고 있다.
고인은 “환자의 곁을 지키며 치료를 해야 하는 의사의 책무는 전공의 여러분들이 택한 막중한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의대 교수 등에겐 “전공의들을 협상의 자리로 인도하는 사회 지도자의 경륜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에는 “국민의 고통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 의료진을 설득하고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달라”고 촉구했다.
고인이 운영했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추모 글이 이어졌다. A씨는 “2019년에 어머니를 모시며 항암을 다닐 때 항암제 급여화에 앞장서시고 솔선수범해 환우들에게 힘이 되어주신 모습에 늘 감사함을 갖고 있다”며 “천국에서 부디 평안하시길 바란다”고 적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신화월씨와 아들 이영준씨, 딸 이선영씨가 있다. 빈소는 경기 김포시 아너스힐병원장례식장 VIP3호실. 발인은 22일 오전 10시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