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보편화되며 외로움과 지루함이 새로운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 작업뿐만 아니라 사람과 만나는 일도 AI를 통해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나서다.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문화예술교육 중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연령‧지역을 불문하고 동등한 접근성을 가질 수 있는지 여부도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추세다.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2024 문화예술교육국제포럼’ 1일차 포럼이 열렸다.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박은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 등이 참석했다. 에르네스토 오토네 유네스코 문화 사무총장보,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등은 축사를 전하면서 관심을 표했다.
2024 문화예술교육 국제포럼은 이날과 22일 양일간 열리며,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프레임워크(프레임워크)’ 주제를 연계해 열린다. 프레임워크는 문화예술교육 접근성과 포용성 확대, 다양성 실현, 디지털 기술의 활용과 문화예술교육 생태계 구축 등을 목표로 인류 사회의 공동 이익과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가치를 담아냈다.
김성일 고려대 교수는 AI 시대 문화예술교육은 유아, 청소년은 물론, 중‧장년층에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잘 사는 삶’을 위해 중요한 요소 두 가지를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어서다. 김 교수는 “일상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된다. 지루함과 외로움을 줄이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주체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주체적인 학습자가 되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타인과의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교육은 창의성의 핵심인 호기심과 자기조절 능력을 길러준다. 김 교수는 “호기심이 있어야 능동적으로 정보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족감이 높아진다. 그 과정에서 주체적으로 과정을 조절하고 피드백을 하는 자기조절 역시 늘어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해외에서도 문화예술교육 접근성 향상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이행하고 있다. 특히 핀란드는 아동‧청소년 시기부터 문화예술교육과 친근해져 일상에 녹아들 수 있도록 큰 비중을 두고 국가 정책을 운영한다. 예술과 문화가 세대, 국가 간 경계를 초월하고 서로에 관한 공감을 촉진한다는 판단에서 국가 전략과 비전에도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담았다.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도서관과 박물관, 어린이 문화센터 등을 둬 접근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도 하다.
한나 코스키미에스 핀란드 교육문화부 장관 수석고문은 “정부와 지자체뿐만 아니라 전문가, 교사 등 다양한 문화 주체들과 협력해 문화예술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며 “프레임워크, 국가 커리큘럼, 학교 교육체계를 연결해 통합적인 교육을 위해 연구하고 정책을 마련, 이행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제2차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국민 체감도가 낮고 중앙 중심 정책이라는 점이 한계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문화예술교육 전용 시설인 ‘꿈꾸는 예술터’ 조성, 정책 수혜자가 맞춤형 지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구조 개편, 문화예술교육 인력 관리 체계화 등 방안을 담았다.
어떤 분야의 문화예술교육을, 어떤 식으로 이행할지는 모호한 측면이 있다. 중장년 대상 문화예술교육 방향성과 인공지능 보편화에 대응하는 방안도 담겨있지 않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다.
전 차관은 “예술 교육을 접하기 힘든 지역 위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라며 “국민들 생활 속에서 더 좋은 예술 교육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그는 “인공지능이 보편화되며 인간과 경계가 모호해졌다. 인간만 가질 수 있는 창의성을 키우는 게 중요해졌고 우리 모두에게 예술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