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이 체질량지수(BMI)가 52인 초고도비만 환자의 단일공 로봇 자궁절제 수술에 성공했다.
최근 이사라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은 제왕절개 및 난소 수술에 따른 유착, 자궁내막증, 골반통을 동반한 아랍에미리트의 초고도비만 환자 자밀라(가명·38)씨에게 다빈치 SP 시스템을 이용한 자궁절제술을 시행했다고 28일 밝혔다. 의료진은 배꼽 안쪽을 먼저 절개한 후 자궁을 안전하게 절제해냈다고 설명했다.
자밀라씨는 키 154cm, 체중 124kg으로 극심한 초고도비만을 가졌다. 체질량지수(BMI)가 52에 이르는 데다 이미 많은 수술로 인해 유착이 생긴 상태였다. 이 같은 고위험군 환자의 자궁을 단일공 로봇으로 절제한 건 세계 최초라고 병원 측은 전했다. 지금까지 로봇 자궁절제 사례 중 가장 비만한 환자의 체질량지수는 41.5로 보고되고 있다.
자밀라씨는 지난 2022년 본국 아랍에미리트에서 셋째, 넷째 아이인 쌍둥이를 출산했다. 하지만 그해 6월 진행한 초음파 검사에서 작은 자궁근종들과 심각한 골반 유착, 난관수종(나팔관 끝이 손상 또는 감염돼 나팔관에 물이 차는 질환)이 발견됐다.
2개월 뒤인 8월 복강경을 이용한 유착제거술과 난관절제술을 받았으나 4개월이 지나도 골반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12월에 골반 통증과 월경 과다를 치료할 목적으로 미레나 시술을 추가로 받았다. 이어 지난해부터 통증클리닉을 다니며 증상 완화를 위해 애썼지만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네 아이를 돌봐야 하는 자밀라씨는 하루빨리 통증을 줄여줄 해외 병원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보건청은 자밀라씨를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을 수소문했고,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가 원격진료자문 시스템을 통해 자밀라씨의 수술 가능 여부를 검토했다.
자밀라씨는 과거 수술의 영향으로 매우 심한 유착이 있었고 극심한 비만 상태였기 때문에 개복 수술을 할 경우 절개 부위가 제대로 아물지 않아 창상(피부 또는 조직의 결손)이 생길 우려가 컸다.
이사라 교수는 절개 부위를 줄이는 것이 환자의 회복에 좋다고 판단했고, 개복 대신 로봇 수술을 시행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 교수는 단일공 로봇을 이용한 골반장기탈출증 수술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행해 관련 논문을 보고하고 미국산부인과내시경학회(AAGL)에서 수술 비디오를 발표한 바 있다.
올해 1월 자밀라씨는 1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했다. 이후 2월13일 이사라 교수는 로봇을 이용해 배꼽 안쪽 한 군데만 절개해 자궁을 절제했다. 자밀라씨는 수술 후 한 달간 순조로운 회복세를 보였다. 절개 부위가 작아 수술 흉터도 거의 남지 않았고, 3월11일 네 아이들이 기다리는 아랍에미리트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사라 교수는 “단일공 로봇 자궁절제술을 초고도비만 환자에게 적용한 사례 중 비만 지수가 가장 높았다. 수술을 결정하기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환자의 고통 경감을 위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쳐 수술을 진행했다”면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환자도 오랜 기간 겪어온 통증에서 벗어나 새 삶을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자밀라씨는 최근 이사라 교수에게 보내온 감사 편지에서 “수술이 순조롭게 이뤄져 통증이 별로 없고 수술 자국도 드러나지 않는다”며 “모든 치료 과정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 준 의료진과 국제진료센터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