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고등학생 김혜윤은 인터넷 소설(인소)에 푹 빠져 지냈다. 전자사전과 PMP에 소설을 넣어서 읽던 게 낙이었단다. 그러니 ‘인소 감성’ 물씬 풍기는 tvN ‘선재 업고 튀어’의 대본을 읽었을 때 설레는 건 당연한 일. “인터넷 소설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까르르 웃고 울다 보니 시나리오를 금세 다 읽었더라고요.” 지난 27일 서울 역삼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혜윤이 들려준 이야기다.
김혜윤에게 처음 ‘선재 업고 튀어’는 도전이었다. 그가 연기한 임솔은 최애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스른다. 온갖 희로애락을 겪고 10대부터 30대까지 너른 시간대를 오간다. 이를 실감 나게 살리기 위해 말투부터 의상까지 세세한 부분에 차이를 뒀다. 30대를 연기한 건 처음인 만큼 고민이 많았다. 도움을 준 건 상대역으로 호흡한 변우석과 친언니다. “(변)우석 오빠나 저희 언니가 동갑이거든요.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보니 두 사람 다 그렇게까지 성숙하지 않고 깊이 있는 어른도 아닌 거예요. 하하. 그냥 지금 제 모습만 잘 담아도 솔이처럼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선재 업고 튀어’는 솔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다 그의 최애였던 선재(변우석)의 속마음이 드러나는 2회 엔딩부터 전개는 급물살을 탄다. 김혜윤은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와 달리 남성 주인공 관점이 담긴 덕에 더 설렜다”며 “쌍방구원 서사도 ‘선재 업고 튀어’의 매력”이라고 자부했다. 시간선에 따라 캐릭터 사이 다양한 상황이 연출된 것도 재미 요소다. 김혜윤은 “솔이를 쭉 사랑하던, 회귀 전 서른넷 선재가 가장 좋더라”면서 “솔이와 선재에게 최고의 결말로 작품이 끝나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배우 사이 호흡은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솔과 선재가 잘 어울린다며 이들을 연기한 김혜윤과 변우석이 사귀길 바란다는 반응까지 나왔을 정도다. 김혜윤은 “변우석에게 전우애를 느낀다”고 했다. 변우석은 카메라에 잡히지 않을 때에도 선재로서 김혜윤의 연기 상대를 자처했다고 한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리액션을 도왔다. JTBC ‘스카이 캐슬’ 이후 6년 만에 한 작품에서 만난 송건희는 절친한 말동무가 됐다.
촬영 당시를 돌아보던 김혜윤은 “즐거운 기억이 많다”면서 “배려가 가득했던 현장”이라며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여러 작품을 거친 그에게도 ‘선재 업고 튀어’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스스로를 탐구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김혜윤은 “사람이자 배우로서도 많은 걸 배웠다”며 “이젠 나를 궁금해하기로 했다”고 힘줘 말했다.
“촬영 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는 남에게 자신을 보여주는 직업이자 타인의 인생을 사는 일을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인지 제 자신에게 집중한 적이 없더라고요. 이제는 작품도 마쳤으니 소홀히 여겼던 김혜윤의 행복을 찾아보려 해요. 요즘은 원 없이 자보기도 하고 게임도 맘껏 하고 있어요. 맛있는 것도 먹고요. 이렇듯 스스로에게 집중하다 보면 답이 보이겠죠? 솔이처럼 저도 제 행복을 찾아낼 거예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