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채비율을 줄이려고 부동산 매각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가격이 비싸고 용도제한 탓에 매수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LH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리 사옥과 여의도 61-2 부지 매각을 시도 중이다. 오리 사옥 매각은 2009년 LH 본사가 경남 진주로 이전하고, 이듬해인 2010년부터 추진됐다. 하지만 계속 유찰됐다.
사옥 매각이 더딘 이유로 높은 감정가가 거론된다. 오리 사옥은 지하철 분당선 오리역 초역세권으로 입지가 뛰어나지만 감정가격이 5801억원에 달한다.
다른 이유는 용도제한이다. 오리 사옥은 일반상업지역에 있어서 고밀도 개발이 불가능하다. 건물을 새로 지어도 업무·문화·전략산업시설만 허용된다. 지구단위계획에 묶여 층수도 제한된다.
부지 용도 변경은 특혜 우려를 불러올 수도 있다. 관할인 성남시도 꿈쩍 않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5일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라며 “아무 사유 없이 용도를 바꾸는 건 쉬운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해결책을 못내놓는 상황이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보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종전부동산 처리계획에 제시된 기한까지 매각되지 않거나 이전공공기관이 원하면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으로 하여금 종전부동산을 매입하게 할 수 있다.
LH는 오리 사옥 말고도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61-2 부지도 매물로 내놨다. 공급예정가격은 4024억5690만원이다. 여의도 부지는 지난 2월 재공급 공고를 냈지만 유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LH가 보유 부동산 매각에 나서는 것은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LH는 기획재정부가 지정한 ‘재무위험기관’이다. LH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53조원으로, 부채비율은 218%다.
LH는 2027년 부채비율 208%를 목표로 건전성을 관리해 왔다. 다만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안정화 지원 등 추가 사업에 따라 2027년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는 2030년 220%까지 부채비율이 올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상황이다.
LH 관계자는 사옥 매각에 관해 “오리 사옥은 업무용 지구라 고도와 층수 제한이 있어서 투자하기엔 요즘 분위기에선 쉽지 않다”라며 “헐값에 팔면 배임이라 1년 단위로 감정평가하고 있고 매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채와 관련해서는 “공사가 보유한 부채 중 거의 절반이 임대보증금과 주택도시기금이며, 실제 이자를 부담하는 부채는 88조원 수준”이라며 “88조원 중 45조원은 주택도시기금으로부터 지원받고 있고 기금 부채는 연 1~2% 이율로 30년 장기 상환이 이뤄져 재무관리가 용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