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그룹의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가 본격적인 한미약품 경영에 나선다. 이들은 위탁개발(CDO) 중심의 사업을 전개하며 순수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다만 자금난, 상속세 등은 경영 난제로 꼽히고 있어 해결 과정에 관심이 쏠린다.
한미약품은 18일 본관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신규 이사 4명 선임 안을 주요 안건으로 상정했다. 주총 결과 △사내이사 임종윤 선임 △사내이사 임종훈 선임 △기타비상무이사 신동국 선임 △사외이사 남병호 선임의 건이 원안대로 의결됐다. 새로 선임된 이사들은 기존 이사들과 일정을 조율해 이사회 개최 날짜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사회에서는 임종윤 이사를 한미약품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진행한다.
이번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경영 체제 쇄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종윤·종훈 형제는 한미약품을 위탁개발(CDO)·위탁연구(CRO) 전문 회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앞서 형제는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 3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450개 화학 의약품을 론칭한 한미약품은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 노하우가 있고 이것이 한미의 미래다”라며 “한국의 ‘론자’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스위스 제약사인 론자는 세계 위탁생산개발(CDMO)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CDMO는 장기적인 수주 계약과 고정된 수익률을 보장받는 사업 분야로 평가된다.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핵심 기술 및 지식재산권을 확보해 기존 CDMO 기업들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하면서 리스크를 피해 갈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를 통해 형제 측은 5년 안에 순이익 1조원, 시가총액 50조원 달성을 계획했다. 장기적으로는 시가총액 200조원에 진입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을 위해 60여 종의 바이오 약물을 이용한 항체 생산 개발에 착수했다.
한편 상속세 재원 마련 등은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 2020년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 타계 후 한미그룹 오너 일가에는 약 5400억원의 상속세가 부과됐다. 현재 2600억원 이상이 남아있으며, 이 중 700억원 규모의 올해 상속세 납부분은 연말까지 납기를 연장한 상태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지분 매각, 투자금 유치를 위한 자문사 선정 등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불안정한 자금 상황도 문제다. 한미그룹은 화성 팔탄공장, 평택 바이오플랜트 등 대규모 설비에 투자하면서 현금 유동성이 떨어졌다. 상속세 해결을 위해 받은 주식담보대출도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2018년 완공한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낮은 가동률로 인해 매년 700억원의 손실을 낳고 있다. 한미약품은 현재 19건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임상에 진입한 만큼 연구개발(R&D) 부문에 막대한 투자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현재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바이오신약인 롤베돈과 임상 약물 등을 생산하고 있다”며 “롤베돈의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CDO 사업을 다각화해 공장 수주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이사진은 탁월한 역량과 풍부한 경험을 기반으로 한미약품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창업주 가족인 4인과 이사진이 합심해 상속세 등 현안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