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관련 부작용 논란은 사실상 매년 불거진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당시에는 전 국민이 대대적으로 백신을 접종하며 후폭풍이 일었다. 이례적으로 대규모 백신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 것이다.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2700명이 사망하고, 1만8000여명의 중증 환자가 발생했다. 백신과의 인과성이 입증된 사망 사례는 18건에 그쳤다.
백신에 대한 국민 인식도 다소 부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부작용 사례들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접종을 꺼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낮은 피해 보상율로 인해 질병관리청에 대한 불신도 생겨났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관련 취재 중 만난 한 시민은 “접종을 적극 권고한 정부가 부작용이 생기면 책임지지 않는 것 같다”며 “주변에서도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모든 의약품은 부작용을 갖는다.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픈 경미한 반응이나 예기치 못한 중증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백신 부작용이 유독 논란의 중심이 되는 이유는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 여부를 심사할 때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주 드문 부작용이라도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정되면 접종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난 4월엔 6세 아이가 수두백신을 맞은 뒤 사망하자 질병청이 세부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인과관계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아이를 둔 부모들의 놀란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수도권 지역 어린이병원 원장은 “최근 수두백신을 접종한 아이들의 보호자로부터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며 “부작용은 매우 드물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지만 당분간 수두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백신은 접종했을 때 얻는 이득이 더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감염병 전파 예방, 합병증 발생 감소 등 다수의 이점들은 데이터를 통해 충분히 검증된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은 모른다. 이 백신이 정말 자신에게 예방 효과를 주는지, 부작용이 나타나는 건 아닌지, 부작용 발생 뒤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발생률이 0.1%가 안 되는 부작용이라도 알아야 대응이 가능하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연구 결과를 신속하게 공유한다면 백신을 선택하는 개인의 책임도 커진다. 질병청은 신종 감염병을 대비하기 위해 백신 개발 속도를 앞당기고, 탄탄한 접종 계획을 세우겠다고 표명했다. 그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접종률이다. 접종률을 높이려면 정부가 먼저 부작용을 인정하는 열린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무조건적으로 접종이나 안심을 독려하는 자세는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