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밤 6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인도로 덮쳐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통사고 현장은 참혹했다. 인도 옆 철제 안전펜스는 우그러진 채 통째로 뽑혀 바닥에 나뒹굴고 옆 점포의 유리창은 산산조각났다.
사고는 1일 오후 9시 27분께 A(68)씨가 운전하는 제네시스 차량이 인도로 돌진하며 발생했다.
목격자 진술 등에 따르면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온 제네시스 차량은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세종대로18길)를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펜스를 뚫고 보행자들을 덮쳤다. 역주행한 거리는 무려 200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식당에서 식사 중 사고 이후 장면을 목격했다는 시민은 “처음엔 폭탄이 떨어진 줄 알았다. 사람 한 10명이 바닥에 나뒹굴었다”며 “혹시 뭐 도울 일이 있을까 싶어 감각적으로 몸이 움직여 달려갔는데 곧 경찰이 와서 제지 하더라”고 전했다.
퇴근길에 사고를 목격했다는 시민 박모씨는 운전자가 '급발진'을 거론했다는 얘기에 "급발진은 절대 아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목격자들도 “차량이 사람들을 다 친 뒤 스스로 멈췄다”며 “급발진이면 전복대나 뭔가에 추돌한 후 멈추는데 (사고를 낸) 차량은 브레이크를 잡아 멈추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9명의 사망자 중에는 시청 직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시청 직원은 총무과 소속 김 모 사무관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서 사망한 6명이 옮겨진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에는 유족과 지인의 울음과 절규가 가득했다. 사망자 지인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구급대원에게 사망자 이름과 생년을 확인한 뒤 “지인이 맞다”는 말을 듣자 탄식을 내뱉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여성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벽에 기대어 흐느꼈다. 이어 “아니라고 해줘. 어떻게라도 말을 해줘야지”라며 눈물을 흘렸다.
경찰은 가해 차량 운전자 A씨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A씨는 사고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 투약 여부나 졸음운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정혜선 기자 firstw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