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시장이 굉장히 커졌다. 거기에는 이용자의 공이 지대하며, 그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다동서 열린 ‘제1회 게임이용자 소통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게임 이용자와 정부 부처가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대화를 나눴다. 게임 이용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게임위가 책임이 있다는 걸 인정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게임 이용자는 오랜 기간 도외시됐다. 게임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에 더해, 그들의 피해나 문제가 ‘스스로 불러온 재앙’으로 정의돼서다. 과금이나 확률형 아이템 뽑기를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집단적으로 의견을 표명할 창구나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한 기관의 부재도 영향을 미쳤다. 게임 이용자 권리를 담은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고, 보완을 위한 정책 마련에서도 이용자 의견이 배제되며 어려움이 가중됐다.
문제나 피해를 경험한 이용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왔을까.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가 대응하지 않는 쪽을 택해왔다. ‘대응하지 않은 적이 더 많다’ 41.1%, ‘한 번도 대응한 적 없다’ 13.8%다. 두 명 중 한 명꼴로는 대응보다는 무대응을 선택한 셈이다.
대응하는 경우에도 파편화된 의사로 전달됐다. 게임회사에 온라인이나 전화 등으로 문의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용자들은 집단화된 방식을 택하는 모양새다. 지난 2021년 이후 트럭시위가 의견 표명 도구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15일 공지된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킹덤’ 업데이트에 반발하는 트럭시위가 진행되기도 했다. 기존 다크카카오 쿠키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등급인 ‘에이션트 플러스’를 새로 만드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이용자 과금을 유도한다는 주장에서다.
또 다른 방식은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나 단체 소송이다. 쿠키런: 킹덤 트럭시위를 주도한 길드연합 역시 지난달 25일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변호사와 연락하고 있으며, 끝까지 가볼 생각”이라며 “정당한 소비자로서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리니지 유저 1000여명이 ‘리니지M’과 ‘리니지2M’ 슈퍼계정 의혹에 대해 공정위에 조사를 요구하는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객체로 여겨졌던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고 보장받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소송이나 트럭시위 등 강경 대응책이 소통 방식으로 굳어질까 일견 걱정도 된다. 그 사이에는 합의점을 찾기 위한 대화가 자리 잡기 어려워서다.
해답은 뻔하지만,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게임사와 게임 이용자라는 이해관계자를 조율할 수 있어서다. 다행히 22대 국회 들어 이러한 노력들이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게임 이용자 피해구제를 전담할 수 있는 센터 설립 근거를 담은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게임위 역시 이용자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소통 채널을 마련하려고 한다. 중요한 건 실천이다. 게임위, 정부 부처에 대한 이용자 신뢰가 높지 않다.
그 다음 중요한 건 모든 주체가 함께 의견을 나누는 장이다. 이번 소통 토론회에는 게임사가 참석하지 않았다. 특정 게임사가 참석하기는 어렵겠지만, 허심탄회하게 의견 나눌 수 있는 자리들이 종종 생겨났으면 한다.
공유, 공통. 소통(communication)의 어원인 라틴어 ‘communicare’의 의미다. 게임 이용자, 게임사, 정부 모두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즐겁고 건강한 게임문화‧산업과 지속적인 발전이다. 공통된 목표가 있는 만큼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