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집단휴진을 철회하고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안을 내달라.” 4일 서울 종각 거리에서 환자들의 분노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136일째 이어지는 의료공백에 지친 환자들은 거리로 나와 신속한 의료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날 오전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보신각 앞에 모여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 촉구대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300여명의 환자가 자리했다.
대회 발언대에 선 김정애씨는 의료공백 속에서 희귀병인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을 앓고 있는 자신의 아이를 잃을까봐 매일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으로 투병 중인 딸은 걷지도, 말 하지도 못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환자”라며 “종종 상태가 나빠져 의사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의료공백으로 인해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고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오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대로 치료를 못 받고 아이와 갑작스런 이별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렵고 무서웠다”며 “대한의사협회장에게 편지를 보내고, 삭발까지하면서 의료현장으로 돌아와달라고 호소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고 울부짖었다.
김씨는 정부, 의사단체, 국회가 환자를 외면한 채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정부는 민생을 책임진다고 하고선 지금껏 해결책을 못 내고 있고, 의사단체는 환자를 빌미로 정부와 국회를 협박하고, 국회는 밥그릇 싸움에만 관심있다”고 짚었다. 이어 “환자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 그저 아무 걱정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원할 뿐”이라며 “전공의와 의사들은 휴진을 철회하고 정부와 적극 대화해달라. 그래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피력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정부나 의사 모두 서로를 탓하며 환자를 위해 자신들의 주장을 이어간다고 하지만, 양측 대립 속에서 환자들은 고통 받고 죽어가고 있다”며 “의사는 가해자고, 정부는 가해자를 만든 원흉”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정부는 자발적으로 떠난 전공의에 대한 설득을 멈추고, 돌아올 마음이 생기도록 제대로 된 필수의료 대책안을 만들어야 한다. 의사단체도 환자를 도구 삼아 정부를 압박하는 행보를 멈추고 의대 증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환자단체는 세브란스병원·고려대병원·서울아산병원이 무기한 휴진을 철회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또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하고, 전공의 수련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의료인 집단행동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가 중단 없이 제공되도록 국회에서 관련 법률을 입법할 것을 촉구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