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위험 낮춘 ‘좌심방이 폐색술’… “환자 부담 커 접근성 한계”

뇌경색 위험 낮춘 ‘좌심방이 폐색술’… “환자 부담 커 접근성 한계”

기사승인 2024-07-07 06:00:06
게티이미지뱅크

‘좌심방이 폐색술(LAAO)’은 심방세동 환자의 뇌경색 발생 위험을 효과적으로 낮춰 국제 진료 가이드를 통해 권장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시행이 적은 편이다. 고가의 시술 비용 탓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심방세동 환자에게 LAAO를 시술하는 사례가 줄고 있다. 2017년부터 2024년 6월까지 국내 의료기관에서 이뤄진 LAAO 시술 건수는 약 400건 정도다. 이미 누적 수십 만 건 이상 시술이 행해진 미국과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높은 본인부담률을 배경으로 지목했다. LAAO 시술을 받기 위해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약 800만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진다. 노승영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지난 6월21일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정기국제학술대회에서 “2017년 LAAO는 선별급여 적용을 받아 환자가 시술비의 80%를 부담하도록 했다”며 “비용 부담이 높기 때문에 의사들도 환자에게 권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2년 12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LAAO에 대한 선별급여 재평가를 실시했지만 효과를 입증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본인부담률이 줄어들지 않았다”며 “해외에서는 근거가 축적돼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LAAO는 좌심방 옆에 붙어있는 구조물인 좌심방이를 물리적으로 막아 혈전에 의한 뇌경색 위험을 낮추는 치료법이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이 생기면 심장의 보조펌프 역할을 하는 좌심방이에 혈전이 쌓이기 쉽다. 혈전이 떨어져 나갈 경우 뇌혈관을 막아 뇌경색과 전신 혈전 색전증을 일으킬 위험이 5배 증가한다. 

국제 임상 가이드라인은 LAAO의 활용 폭을 넓혀가고 있다. 미국심장학회는 지난해 심방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LAAO 권고 등급을 ‘IIb’에서 ‘IIa’로 상향 조정했다. IIa 권고는 ‘효용성이 위험성에 비해 훨씬 크며, 다른 치료보다 우선적으로 권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LAAO는 항응고제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들에 있어 유용한 치료로 권장된다. 

신승용 고려대안산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항응고 약물을 쓸 수 없거나 장기간 유지하기 힘들 때, 또 약물 복용만으론 뇌경색 예방이 어려운 경우 LAAO를 진행하면 효과적인 치료 및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오랜 항응고제 복용으로 인한 과도한 출혈 위험성도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신 교수가 진료를 본 70대 여성 환자는 심방세동과 심부전을 진단 받은 뒤 항응고제를 복용하기 시작했지만 잦은 출혈로 인해 치료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항응고제 복용과 일시 중단을 반복하던 중 뇌경색도 발생했다. 이에 신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를 설득해 LAAO을 시행했고 그 결과 환자는 5년이 넘도록 안정적인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신 교수는 “LAAO는 한 번 하면 평생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비용효과성 연구에서도 기대 여명이 5년 이상일 경우 LAAO가 항응고 약물치료보다 우월하다고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LAAO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대부분 고령이거나 다양한 동반질환을 갖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자녀들에게 의존하는 상황이 겹쳐져 고가의 시술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신 교수는 “LAAO는 약물치료가 어려운 심방세동 환자들 중 일부에게 이뤄지는 시술로 환자 수가 적다”면서 “중증, 고위험 환자가 많은 만큼 다른 중증 질환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보험 급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LAAO 선별급여 2차 재평가는 오는 2027년으로 예정돼 있지만, 심평원은 의료계의 의견을 받아 들여 보다 빠른 시일 안에 비용효과성 재검토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사회적 요구도, 비용효과성, 타당성, 대체가능성 등 다양한 항목을 평가해 본인 부담률을 결정한다”며 “학회가 제시한 비용효과성 연구 결과 등을 고려해 LAAO의 선별급여 재평가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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