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오너 3세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그룹 지주사인 한화 지분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공개매수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번 공개매수 가격이 한화 순자산가치(NAV)와 비교할 때 낮은 가격으로 책정된 점에서 아쉽단 평가가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한화에너지는 오는 24일까지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 보통주 600만주에 대한 공개매수에 돌입한다. 공개매수가는 주당 3만원으로 이에 따른 총 투입자금은 1800억원이다. 공개매수 주관사는 NH투자증권으로 확인됐다.
한화에너지는 공개매수신고서 제출 전일(4일) 기준 한화 지분을 9.70%(기명식 보통주식) 보유했다.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하는 추가 지분율은 8.0% 수준이다. 전량 매수 시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율은 17.71%(보통주 1327만2546주)로 상승한다. 지분율 상승 시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이어 2대 주주가 된다.
한화에너지의 이번 공개매수는 그룹 승계의 밑작업으로 해석된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100%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50%,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각각 25%씩 소유했다.
다만 공개매수가에 적용된 할증율을 두고 주주친화적인 행보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책정된 공개매수가인 주당 3만원은 직전 3개월(4월5일~7월4일)간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주가인 2만7126원에 10.60%의 할증을 붙여 산출했다. 직전 1개월과 2개월에 대한 할증은 각각 12.92%, 11.99%다. 1개월 할증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22년 9월 SK디스커버리의 SK케미칼 공개매수에 적용된 6.7%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한화 주가는 NAV 대비 저평가된 상태다. 저평가 구간에 있음에도 낮은 할증을 적용한 것은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지배력을 높이겠단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화 주가는 자회사 기업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면서 “한화의 NAV 대비 할인율은 69.3%로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 측은 공개매수신고서를 통해 “공개매수를 통해 대상회사에 대해 8% 수준의 지분율을 확보해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자 한다”면서 “본 공개매수 이후 회사의 지배구조, 재무구조, 사업내용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장래계획은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