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줄퇴사’ 속초의료원…응급실 운영 중단

의료진 ‘줄퇴사’ 속초의료원…응급실 운영 중단

응급실 전문의 5명 중 2명 퇴사
10차례 채용공고에도 충원 난항
“강원도, 중증 응급상황 대응 가장 취약”

기사승인 2024-07-08 13:27:53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강원 속초의료원 응급실이 의료진 ‘줄퇴사’로 인해 8일부터 축소 운영에 들어간다. 의사들이 병원을 떠난 배경엔 최근 육군 12사단 ‘훈련병 얼차려 사망 사건’과 관련한 비난 여론도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지속되는 지역의료 공백을 두고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8일 강원도에 따르면 속초의료원 응급실이 7월 한 달 동안 운영이 제한된다. 8~10일, 14일, 22~24일 총 7일간은 응급실이 아예 운영되지 않는다. 인력난 때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속초의료원 응급실 전문의 5명 중 2명이 지난 1일자로 퇴사했다.

속초의료원 응급실의 파행 운영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초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 중 2명이 퇴사해 두 달여간 응급실을 축소 운영한 바 있다. 이후 어렵사리 최소 운영 인력을 갖춰놓았지만 1년여 만에 다시 의료진 퇴사로 공백이 생기게 됐다.

이번에 의료원을 떠난 의료진 2명은 사직서에 ‘개인 사유’, ‘건강 악화’ 등의 퇴사 이유를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1명은 지난 5월23일 육군 12사단에서 군기훈련을 받다 쓰러져 의료원 응급실로 실려 온 훈련병을 응급 처치한 의사로 확인됐다.

퇴사한 응급의학과 의사 A씨는 피 검사와 CT(컴퓨터단층촬영장치) 검사 등을 한 뒤 훈련병의 병명을 ‘횡문근흉해증’으로 진단했다. 횡문근융해증은 갑작스럽고 강도 높은 신체활동으로 인해 근육(횡문근)에 에너지와 산소 공급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아 생긴다. 근육세포가 파괴되거나 괴사되는 질환이다. 응급 처치를 진행한 A씨는 훈련병이 더 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해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했다. 훈련병은 이틀 뒤 치료 도중 숨졌다.

이 사건 발생 뒤 경찰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A씨는 비난 여론 때문에 괴로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와 함께 근무하다 사직서를 낸 의사 B씨는 사건 직후 자신의 SNS에 “(경찰이) 속초의료원에 와서 조사하고 CCTV까지 따갔는데, 정작 가해자는 조사 한 번 없다”며 “다 의사 때문인가. 군 장교는 잘못 없다는 건가”라고 토로했다. 이후 훈련병에게 얼차려를 지도한 중대장과 부중대장은 직권남용 가혹행위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속초의료원은 지난 1월부터 의료진 채용을 위한 공고를 10차례 진행했으나, 충원에 거듭 실패하는 등 인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5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는 의료계 집단행동의 여파로 의료진 채용은 더 어려운 상황이다.

속초의료원은 내부 의료진과의 협력을 통해 응급실을 운영하지 못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의료원 응급실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병원도 저희도 모두 난감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속초의료원의 응급실 운영 중단 여파가 인접한 다른 병원에 미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원도 지역 공공병원 A원장은 “심뇌혈관 환자 등 중증 응급환자는 골든타임 안에 빨리 처치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강원도는 제일 취약한 지역”이라며 “우리 의료원도 현재 뇌혈관을 볼 수 있는 의사를 구하는 게 힘들어 지역 민간병원에 환자를 보내는 실정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공병원은 지역의료 안전망을 끝까지 지킬 의무가 있지만 안전망을 만드는 의사들이 관둬버리기 일쑤라 고민이 크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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