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관리의 전환 ‘디지털 헬스’…“맞춤형 치료 시작” [D.H 인터뷰]

만성질환 관리의 전환 ‘디지털 헬스’…“맞춤형 치료 시작” [D.H 인터뷰]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 인터뷰
플랫폼으로 개인 건강관리 유도…데이터 모아 의료 AI 모델 구축
“사용자 흥미에 맞는 정보 적재적소 공급해 사용지속성 이끌어야”

기사승인 2024-07-09 14:00:08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디지털 기술이 일상을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의료·헬스케어 서비스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면서 효율적이고 선제적인 진료, 치료, 관리가 가능한 세상을 열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 DH)는 어디까지 손을 뻗칠 수 있을까. 쿠키뉴스는 산업 곳곳에 포진해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들을 마주하고, 혁신을 말하는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 카카오헬스케어

스마트폰 보급은 만성질환 중심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서 큰 전환점을 가져왔다. 아울러 스마트워치, 스마트링, 연속혈당측정기 등 질환과 특정 환자군 특성에 따른 다양한 폼팩터(form factor)의 등장으로, 보다 세분화되고 정밀한 건강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졌다. 이를 토대로 환자는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건강에 대해 전문적인 통찰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누구나 스마트워치를 통해 맥박이나 수면 패턴 등 다양한 건강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당뇨 환자의 경우 연속혈당측정기를 이용해 24시간 혈당 수치를 살피면서 스스로 질환을 관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는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병원과 모바일 플랫폼, 그리고 의료기기와 제약 산업 사이에서 긴밀한 기술 협력 관계가 이뤄지며 동반 성장 형태의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단 디지털 헬스케어 사용의 지속성은 숙제로 남아있다. 의약품처럼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환자가 얼마나 오래, 또 정확하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치료 효과의 편차가 크다. 쿠키뉴스는 의사이자 IT 전문가인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만성질환과 디지털 헬스케어 활용 방향에 대해 짚어봤다.  

Q. 질환 관리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사실상 모든 질환과 건강 관련 영역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접목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산업 시장에서는 특히 만성질환과 정신건강, 근골격계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치료, 또 제약바이오 산업과 동반 성장을 기대하는 헬스케어 데이터 가공 분석 영역도 꾸준히 성장하는 분야다.

모바일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은 다양한 센서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과 결합한 서비스 형태를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센서 기술이 중점적으로 발전해 왔는데, 주로 국민의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과 건강 정보 문해력(health literacy)을 고려하는 데 개발 초점을 뒀다. 즉, 디지털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이끌어 내는 데 집중한 것이다.

이제 업계는 이 단계를 넘어 사용자의 흥미를 일으킬 수 있는 서비스에 몰두하고 있다. 환자가 센서를 통해 얻은 데이터로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데 관심을 갖고 주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Q. 모바일 헬스케어 개발 동향은

서비스 고도화 과정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카카오헬스케어의 당뇨관리 모바일 헬스케어 플랫폼 ‘파스타’를 예로 들면 다양한 임상 상태에 최적화해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당뇨 환자, 당뇨 전 단계 환자에 대한 서비스가 안정화되는 시점이 오면 당뇨 합병증과 함께 고혈압, 비만 등 다른 대사질환 관련 서비스도 실시할 계획이다. 

모바일 플랫폼에 모인 데이터가 헬스케어에 가치 있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의료진에게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파스타 서비스는 의료진용 대시보드를 별도로 제공해 병원 측이 수집한 사용자의 데이터를 관찰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일관성 없이 제각각 수집한 데이터 형태를 국제표준 상호운용 기준에 맞춰 필요로 하는 병원들에 전달하기도 한다. 

Q. 관심 있게 바라본 관련 논문이나 기술 연구가 있다면

가장 관심 있게 고민하는 기술 트렌드는 ‘거대언어 모델(LLM)’이다. LLM을 헬스케어에 지속가능하고 효율성 있게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이어간다. 최근 구글이 발표한 ‘toward generalist biomedical AI’이라는 논문을 인상 깊게 읽었다. 이 논문은 의료 분야에서 제너럴리스트 AI의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준 첫 사례다. 제너럴리스트 AI는 하나의 거대 AI 모델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동시에 여러 결과를 산출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가령 구글의 제너럴리스트 AI로 일컫는 ‘메드팜 M(Med-PaLm M)’은 의학 관련 질문에 답하기, 유방촬영술이나 피부과 진료 중 수집한 이미지 분류하기, 영상의학 및 병리 결과 판별하기 등을 한꺼번에 수행할 수 있다.

의료데이터의 ‘연합학습’ 기술에 대한 기대도 크다. 병원이 확보한 유전체, 임상 데이터는 진료 외에도 모든 헬스케어 서비스의 근간이 된다. 다만 데이터를 외부 반출해 분석하고 가공하는 부분에 있어 개인정보 보호 이슈, 보안 여부, 그리고 병원과 환자의 데이터 주권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연합학습은 데이터의 이동 없이 데이터가 위치한 곳으로 분석에 필요한 AI 알고리즘만 보내 학습하고 그 결과 값을 꺼내올 수 있다. 대규모 헬스케어 데이터를 보다 안전하게 연구나 산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Q. 모바일 헬스케어의 효과를 끌어올리려면

모바일 헬스케어의 가장 큰 숙제는 사용지속성을 높이는 것이다. 사용지속성을 늘리는 방법은 의료진 개입이 있는 경우와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경우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의료진이 개입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용지속성이 높아질 수 있다. 대신 의료진이 모바일 헬스케어를 통해 수집한 환자 의료 데이터를 진료에 참고하고 피드백을 주도록 유도해야 한다.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경우 그동안 병원 진료나 다른 플랫폼에서 느낄 수 없던 새로운 관점을 사용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먼저 의료 데이터와 개인 생활습관의 연관성을 즉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또 사용자마다 다른 흥미를 파악해 적재적소에 맞춤형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Q. 국내 모바일 헬스케어 산업이 실질적 성장을 이루려면 

글로벌 조사기관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27년 700조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 모델만 제대로 구축한다면 산업도 성장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병원이나 사용자가 일정한 주기로 금액을 지불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구독형 사업모델’이 활용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헬스케어 산업은 일반인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병원 측의 구매 의향이나 재정 구조 등 여러 요소가 얽혀있어 외국과 같은 구독형 서비스 사업 모델을 작동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국민 건강에 기여하는 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되 의료기기(디바이스) 제조사와 수익을 나누는 구조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 성공적인 헬스케어 서비스 사례로 인정받아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안착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업(수익) 모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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