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원희룡 당대표 후보의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다. 그의 말대로 이대로 가다가는 당은 물론이고 대통령실까지 다 죽을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가 당내 곳곳에서 나온다.
당권 다툼이 비전과 쇄신을 앞다퉈 얘기할 거라는 당초 기대와 다르게 ‘마타도어(흑색선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전당대회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은 보수층의 분열을 자초할 뿐 아니라 최종적으로 대통령실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는 모양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비대위원장 당시 김 여사 문자를 읽고 답장하지 않았다는 논란은 지난 4일 김규완 CBS 논설실장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공개된 내용을 종합해 봤을 때 사과 의향을 보였던 김 여사의 문자를 답하지 않은 게 총선 패인이 됐다는 당대표 후보들 간의 논쟁은 이제 전당대회의 주요 화두가 되어 버렸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지난 7일 전당대회에 일체의 개입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거라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또 국민의힘 지도부도 대통령실이 입장을 밝힌 다음날 영부인을 전당대회 의제로 삼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원 후보 등을 필두로 ‘반한 연대’ 후보들은 한 후보가 관련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지속해 내고 있다.
국민의힘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역시 과열된 마타도어를 말리기 시작했다. 선관위는 11일 성명을 내고 마타도어가 계속될시 제재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런 마타도어 경쟁이 지속될 시 결국 보수는 분열하고, 더불어민주당에게만 좋은 일이 될 거란 강한 비판이 대두된다. 최근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의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마타도어가 과열될수록 민주당이 이득을 보는 구조”라며 “당내 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위한 비방 논쟁은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상대 정당에게 전당대회가 끝나고 당대표 당선자를 공격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각 후보들은 여러 채널을 통해 당대표가 될 경우 추진할 정책들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 김 여사 문자 논란 속에 핵심 의제 또는 주요 관심사는 되지 못하고 있다.
정책 경쟁으로 전당대회에 대한 열기를 주도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당 쇄신 방향 등과 같은 현실적인 안건에 대한 논의의 장은 열려야 한다. 현재의 당내 분열 상황이 계속 흘러가면 전당대회 후 새 지도부에 대한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