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의 가치’, 소통하며 인디게임 창작 몰두하는 ‘이곳’

‘같이의 가치’, 소통하며 인디게임 창작 몰두하는 ‘이곳’

2022년 문 열어…올해 7월 기준 13개 팀 거쳐
창업 직전 개발진들, 게임 개발 몰두 위한 공간
식당 등 기반시설 제공…연중무휴 운영
네트워킹 행사 진행…“소통하며 시너지”

기사승인 2024-07-14 06:00:07
경기 성남 삼평동에 위치한 스마일게이트캠퍼스 토끼굴 입구. 사진=유채리 기자

공간‧식사‧외로움 걱정 없이 인디게임 창작에만 몰두할 수 있는 곳이 있다. 회색 빌딩 사이 녹색으로 뒤덮인 공간으로 쓱 지나가다보면 나무가 우거진 정원 정도로만 보인다. ‘토끼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나무를 빙 둘러 감싼 계단을 내려가면 굴 같은 모양새의 입구가 있다. 지난 10일 경기 성남 삼평동 스마일게이트캠퍼스 토끼굴에 다녀왔다.

토끼굴은 창업을 앞둔 시점이나 창작 후반기에 도달한 개발팀이 입주하는 공간이다. 창업 등 청사진을 그리고 그 목표를 도달하는 데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지난 2022년 7월 문을 연 이후 총 12개 인디게임 팀과 AI 서비스팀 1개가 거쳐 갔다.

공간 전체가 창작 맞춤형이다. 공간과 책상, 의자 등만 스마일게이트가 제공한다. 책상 구조나 구성, 콘셉트는 입주한 개발사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다. 칠판 재질 벽도 마음껏 꾸밀 수 있어 개발진이 그려놓은 그림이나 게임 포스터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평균적으로 4~6팀이 입주하며, 현재는 4팀이 이용 중이다.

환기를 돕는 요소들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 기기와 탕비실 등이다. 특히, 중앙정원은 개발팀들이 꼽는 ‘원픽’ 장소다. 윤재웅 비쇼죠데브 개발자는 “기압차 때문에 문을 열면 바람이 든다”며 “새벽에 문 열어놓고 앞에 앉아있으면 환기가 잘 된다”고 말했다. 김민호 안티 앨리언싱 기획자도 “재웅님이 서있는 모습을 자주 봤다”며 “문을 열면 차원이 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토끼굴 중앙에 위치한 정원. 사진=유채리 기자

게임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제공된 스마일게이트 기반시설도 이용 가능하다. 개발자들은 식당 이용을 특히 중요하게 꼽았다. 윤 개발자는 “밥 먹는 게 기본적이지만, 진짜 큰 문제”라며 “그런 걱정을 덜며 온전히 제작에 집중할 수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연중무휴 운영한다. 늦은 시간이나 새벽에도 공조시스템이 꺼지지 않아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 김 기획자는 “6시가 되면 에어컨을 끄는 곳들이 있다”며 “여름에는 컴퓨터 열기까지 더해져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한 기억도 난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개발자들과 소통하며 일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윤 기획자는 “팀은 다르지만, 같은 직군인 사람들과 일상적으로 함께 생활하기에 자연스럽게 물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공간과 다르게 다른 팀들과 대화할 기회를 많이 마련해주기도 했다”며 “교류할 기회가 없었다면 더 많은 문제들을 겪었을 듯하다”고 이야기했다.

토끼굴에서는 내부 데모데이와 네트워킹 행사를 진행한다. 서로의 게임을 소개하고 플레이하며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 여승환 스토브인디 이사와 멘토링도 두세 달에 한 번씩 진행한다. 게임 내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팀 운영과 관련된 이야기들도 나눈다.

토끼굴에 입주한 개발진이 게임 작업에 한창이다. 사진=유채리 기자

지난한 과정을 거쳐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게임들도 여럿 있다. 비쇼죠데브는 ‘서큐하트’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안티 앨리언싱은 하반기 혹은 내년 초를 목표로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다.

게임 개발 전공이 아닌 이들이 모여 시작한 여정이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다. 비쇼죠데브는 군대서 만난 이들이, 안티 앨리언싱은 만화, 애니메이션 등 여러 매체를 고민하다 전하려는 메시지가 게임을 통해 오롯이 담길 수 있다는 생각에 게임을 택했다. 김 기획자는 애니메이션 전공, 윤 기획자는 전기과다.

‘무서우면서 매력 있는 장르’, 이들이 정의한 인디게임이다. 윤 기획자는 “모두 진지하게 개발하고 있다”면서도 “누군가 봤을 때는 무의미한 일일 수 있다. 애들 장난으로 치부될 수도 있고, 몇 년을 투자해도 1000장도 안 팔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르게 보면 대중의 인정을 받지 않아도 되니 나만이 추구할 수 있는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기획자 역시 “하루에도 몇 번씩 롤러코스터를 탄다. 아이를 키우는 느낌”이라고 이야기했다. “망할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면 그 노력을 알아주는 이가 반드시 나타날 거라 생각한다. 그러면 사업체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어 “그 사이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긴 어렵겠지만,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어쨌든 나아가고 있는 거다. 그래서 무섭지만, 놓치지 않고 계속 해나가고 싶은 게 인디 게임 개발”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디게임 지원과 콘솔게임 육성을 골자로 한 진흥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50개사에 독립 공간 입주를 지원하고, 우수 기획 아이디어를 보유한 게임사를 선정해 시제품 제작, 멘토링 등 맞춤형 지원을 추진한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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