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없이 치료…“몸속 전자약 장기적 효과” [D.H 인터뷰]

부작용 없이 치료…“몸속 전자약 장기적 효과” [D.H 인터뷰]

김도형 뉴아인 대표 인터뷰
환자 사용성 중심 연구개발…신경·면역·정신 등 다분야 주목
“신속한 허가 및 가이드라인 구축 위해 식약처 인력 늘려야”

기사승인 2024-07-23 06:00:04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디지털 기술이 일상을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의료·헬스케어 서비스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면서 효율적이고 선제적인 진료, 치료, 관리가 가능한 세상을 열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 DH)는 어디까지 손을 뻗칠 수 있을까. 쿠키뉴스는 산업 곳곳에 포진해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들을 마주하고, 혁신을 말하는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김도형 뉴아인 대표. 사진=박선혜 기자

전자약은 미세전류를 흘려 질환을 치료하는 일종의 전자 장치 하드웨어다. 몸집이 크고 전류의 미세 조절이 어려워 병원에서만 사용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선보인 전자약들은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간편해졌다. 또 외부에서 만든 화합물을 복용하는 것이 아닌 체내 세포를 활성화하기 때문에 장기간 사용해도 부작용이 없다.  

효과 역시 향상됐다. 뇌세포를 자극하는 데 그쳤던 전자약의 기능은 이제 세포를 재생시키거나 억제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일반의약품으로 해결하지 못한 질환도 완치에 가까운 치료가 가능해진 셈이다. 

인체에 심는 전자약의 개발은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파킨슨병 환자의 몸 안에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전자약을 심어 넣으면 부작용 없이 장기간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치매, 신경정신질환을 비롯한 뇌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황반변성, 안구건조증 같은 안과 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서 효과를 보인다. 

단 약처럼 사용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지가 상용화의 관건이다. 사용자가 쓰기 편하고 전류가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새롭게 연구하는 분야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22일 뇌 과학자이자 공학자인 김도형 뉴아인 대표를 만나 전자약의 기능과 개발 동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전자약 기술의 발전, 어디까지 왔나.

최초의 전자약은 다국적 의료기기 기업이 개발한 ‘페이스메이커(pacemaker)’라고 볼 수 있다. 페이스메이커는 불안정한 심장 리듬을 미세 전류를 통해 정상적으로 뛰게 만드는 기기다. 이후 지난 2013년 ‘전자약’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신경자극 분야에 집중되던 개발 방향이 크게 확장됐다. 암을 치료하거나 신경 또는 피부 세포를 재생하기도 하고, 당뇨나 혈압을 조절하는 의약품 영역까지 도달했다. 부피와 크기가 점차 줄고, 전자통신기술(IoT)을 접목하는 추세다. 

질환별로 보면 치매 분야 시장이 가장 크다. 치매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신경자극이다. 대부분 연구 단계를 밟고 있지만 4~5년 뒤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류마티스 관절염 등 면역계 연구도 다수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 다이어트, 통증, 마약 중독, 암 치료 등에서 활용 폭을 넓히고 있다. 전자약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약물과 병용해 치료 시너지를 발휘한 연구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Q. 최근 주목하는 연구가 있다면.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와 발달장애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전자약은 대개 성인의 신경을 조절하는 기능에 집중했는데, ADHD나 발달장애를 겪는 아이들의 신경을 재생시키면서 말 그대로 ‘치료’에 가까운 역할을 해내고 있다. ADHD의 경우 전자약 제품이 시장에 출시돼 전 세계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탐색 임상도 진행 중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암 치료 분야가 떠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골전이암, 폐암 등에 효과를 보인 전자약 연구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암을 치료하는 전자약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기초 연구를 위한 장비부터 만들어야 한다. 배터리나 패치, 인체 고정용 세라믹 등 부품을 하나부터 열까지 개발해야 한다.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야기다. 아직 암 치료 기술회사 중 제품을 내보인 곳은 두 군데 정도밖에 되지 않아 경쟁 장벽이 낮다. 뉴아인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고, 임상 대부분이 순항하고 있다.  

Q. 효과나 안전성보다 디자인에 대한 고민이 많다던데.

효과나 안전성은 긴 시간 동안 입증돼 왔으므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디자인은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해부학적 요소가 제일 중요하다. 어느 신경계를 자극하느냐에 따라 전류를 부착하는 위치가 달라진다. 효과적으로 전류를 전달하면서 사용자가 적용할 때 편하고 심미적으로 부담이 없어야 한다. 사람마다 인체 구조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범용적 부위에 적용 가능한 기기를 만드는 것도 핵심이다. 

우스갯소리로 우리의 가장 큰 경쟁자는 ‘휴대폰’이라고 말한다. 황반변성이나 안구건조증을 치료하는 전자약은 눈에 쓰는 고글형이다. 15~30분간 눈을 감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다. 휴대폰을 볼 수 없어 심심하고 갑갑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새롭게 개발 중인 제품은 눈을 가리지 않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전자약은 해부학적, 구조학적, 심리학적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하다 보니 개발이 까다롭다. 사용성, 편의성이 좋아야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 

Q. 미래에 나타날 전자약의 모습은.

최근 연구 동향을 보면 몸속에 심는 전자약이 각광받고 있다. 인체 삽입형 전자약은 주로 24시간 이상 약물을 투약해야 하거나 약물 조절이 주기적으로 필요한 질환을 대상으로 한다. 이 역시 환자의 사용성을 중심으로 개발한다. 경미한 질환일수록 전자약을 적용하기 좋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환자가 주사형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주사형 비만 치료제는 하루에 한 번 이상 스스로 바늘을 찔러 넣어 이용한다. 매번 정해진 시간에 맞춰 주사를 놔야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전자약을 몸 안에 심으면 식욕 억제 등을 유도하는 신경이나 세포를 지속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 

Q. 전자약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더욱 발전하려면. 

바이오 헬스케어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길 바란다. 스타트업의 경우 연구개발에 집중하려면 투자가 필요한데, 현재 헬스케어 투자 시장이 얼어붙어있다. 요즘 투자자들은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하고 있는지, 기술 역량을 충분히 갖췄는지 등에는 관심이 없다. 제품이 얼마나 빨리 상용화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세계 최초 특허를 가진 기술이라도 개발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건, 개발이 쉬운 제품 먼저 시장에 내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자금이 부족해 연구개발을 포기하고 있다. 

다행히 정부 지원이 있어 최소한의 연구들은 이어지고 있다. 작년부터 실증사업 등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통로가 늘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한다는 현 정부의 기조가 뒷받침됐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제품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고 허가를 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역할을 짚을 수 있다. 식약처 인력이 워낙 부족해 서둘러 개발하더라도 허가까지 검토가 너무 오래 걸린다. 로테이션 근무 체계로 인해 매번 담당 직원이 바뀌면서 전문성도 떨어진다. 기업 투자금을 조금 줄이더라도 식약처 인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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