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기간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도 응원할 것이다. 선수들이 메달을 딸 때면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장면도 연출된다. 이를 보고 있으면 숨어있던 애국심이 생겨나기도 한다. 특히 한일전에서 승리해 금메달을 획득하면 통쾌한 감정이 더한다. 여기에 메달리스트가 태극기를 두르고 승리 세레모니를 할 때,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솟아오른다.
이렇게 올림픽 기간 국민들과 함께 할 ‘태극기’가 최근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5월 ‘서울시 광화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부터다. 해당 조례는 광화문광장에 태극기를 상시 게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당시 문화연대는 성명을 통해 ‘시대착오적이고 구시대적 발상’ ‘국가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방법’이라며 비판했다.
이후 6월말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의 국기 게양대 설치를 포함한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여론도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100억원이 넘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발표하면서도 국가기관과 협력이나 사업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7월 초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나서 “반드시 높은 국기 게양대를 고집하지 않겠다”면서 ‘원점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그제야 부정적인 여론은 일부 사그라졌다.
높은 국기 게양대도 문제가 됐지만, 불똥이 ‘태극기’로 번지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을 감출 수 없다. 태극기는 올림픽에서 국가 자긍심을 높일 뿐만 아니라 항상 우리 역사와 함께 했다. 1945년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날 때, 군부독재시절 수많은 민주화 및 노동 운동 공간에도 국민들의 손에는 태극기가 있었다. 지난 2017년 열린 ‘6월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서도 국민들은 대형 태극기를 들고 행진하기도 했다. 당시 집회에는 ‘민주의 상징 태극기, 우리가 지킨다’라는 현수막도 있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을 때는 몸이나 머리에 태극기를 두르고 국민 모두가 ‘대한민국’을 외치며 한 목소리로 응원했다. 최근 ‘촛불집회’에서도 태극기는 늘 곁에 있었다. 태극기는 국민들을 잇는 화합의 상징이었다.
이런 태극기가 언제부터인가 극우 세력의 전유물이나 낡은 구닥다리로 취급받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반공과 멸공을 외치며 주말마다 ‘문재인 정권 퇴진 운동’을 펼친 소위 ‘태극기 집회 세력’의 역할이 컸다. 이들의 과격한 주장은 일반 국민들을 태극기로부터 조금씩 멀어지게 했다. 급기야 ‘태극기’가 국가상징물인지 서울시가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 사업 논란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너무 정치적 극단 논리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가 광화문에 걸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그런 화합된 사회를 기대하는 건 과한 욕심일까. 논란을 겪은 후 이제야 서울시가 시민들의 의견을 구하는 절차에 들어간 건 다행이다. 충분한 의견이 수렴돼 더 이상 ‘태극기’가 논란의 중심에 서지 않길 바란다. 이번 주말 치맥을 먹으면서 태극기를 마음에 새기고 올림픽 국가대표나 응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