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한국 예능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 2년 전 예능 확대를 발표한 이후 꾸준히 외연 확장을 이어온 넷플릭스는 앞으로 개수와 장르를 더욱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26일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예능 페스티벌에는 공개를 앞둔 콘텐츠 라인업 발표부터 앞으로의 청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현장에는 유기환 넷플릭스 디렉터를 비롯해 박진경·김재원·정효민·정종연·이재석·양정우·김학민·권해봄 PD가 참석했다.
“특정 장르 아닌 많은 시청층 노린다”
한국 넷플릭스 예능 콘텐츠를 총괄하는 유기환 디렉터는 앞으로의 라인업을 두고 “화려하고 즐거운 거대 축제”라고 표현했다. 부스를 다양하게 둔 축제처럼 장르 다변화를 꾀했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초 ‘성인물’ 네덜란드 편과 ‘슈퍼리치 이방인’, ‘미스터리 수사단’ 등 이달까지 4개 작품을 제작했다. 남은 다섯 달 동안 6개 작품을 선뵈며 공격적인 확대를 이어간다. 내달 공개하는 ‘더 인플루언서’를 시작으로 ‘신인가수 조정석’, ‘흑백 요리사’, ‘좀비버스: 뉴 블러드’, ‘최강럭비’ 등이 순차적으로 시청자와 만난다.
유 디렉터는 “단순히 잘 되는 프로그램이나 특정 인기 장르만 개발하는 것보단 시청 개인화 성향에 맞춰 다양한 취향을 최대한 폭넓게 만족시키는 게 우리의 1차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예능팀인 만큼 한국 시청층만 생각할 뿐 글로벌 성공을 목표로 하진 않는다.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늘 한국 시청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리어프리(소외계층이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물리·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뜻)를 위한 노력도 이어간다. 기존 자막에 더해 화면 음성 해설을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김경식, 이동우가 성우로서 해설을 맡을 예정이다.
경연부터 데이팅·요리·힐링까지… 예능 라인업 보니
이날 현장에 자리한 PD들이 소개한 콘텐츠는 다채로운 장르로 눈길을 끌었다. 오는 8월6일에 공개하는 ‘더 인플루언서’(연출 이재석)는 유튜브·틱톡·아프리카TV 등 대표 플랫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인플루언서 77인이 유명세를 두고 경연을 펼친다. 이재석 PD는 과거 박진경 PD와 연출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경험을 토대로 이번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재석 PD는 “인플루언서를 한자리에 모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콘텐츠”라며 “한국의 K팝·영화·드라마가 사랑받듯 K인플루언서도 장르가 되길 꿈꾼다”고 염원했다. 같은 달 30일 시청자와 만나는 ‘신인가수 조정석’(연출 양정우)은 조정석이 직접 쓴 노래로 데뷔에 나서는 프로그램이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연출 김학민)은 유명 요리사와 무명 요리사의 대결을 다룬다. 요식업계를 대표하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 쉐프 안성재가 심사위원을 맡는다.
익숙한 프로그램의 차기 시즌도 찾아온다. ‘코미디 로얄’ 우승팀인 이경규가 기획에 참여한 ‘코미디 리벤지’(연출 권해봄)가 오는 10월 공개를 앞뒀다. 이전 시즌이 눈살 찌푸리는 코미디로 호불호가 나뉘었던 반면 새 시즌은 이경규 주도 아래 완전한 변화를 이뤘다는 설명이다. ‘좀비버스’는 ‘좀비버스: 뉴 블러드’(연출 박진경)로 안방극장에 찾아온다. 박진경 PD는 “새 시즌에 비하면 시즌 1은 파일럿 정도”라며 “제대로 된 버라이어티 예능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조세호, 데프콘, 소녀시대 태연, 육성재, 권은비, 유튜버 충주맨 등이 멤버로 참여했다. “출연진이 욕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럭비 선수의 뜨거운 순간을 다룬 ‘최강 럭비’(연출 장시원)와 ‘솔로지옥 4’(연출 김재원)도 제작을 마쳤다. 김재원 PD는 “프리지아, 덱스, 이관희에 이어 이번엔 한 커플이 화제를 모을 것”이라며 “연애 프로그램의 익숙한 맛에 신선함이 추가됐다”고 확언했다. 기안84가 울릉도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대환장 기안장’(연출 정효민)과 두뇌 서바이벌 ‘데블스 플랜 2’(연출 정종연)도 제작에 착수한다. 유 디렉터는 “해외에서도 한국 PD들이 새 IP를 지속 생산하는 데 관심이 많다”고 귀띔하며 “각각의 취향에 깊이 들어갈 수 있도록 범위를 확장하는 게 넷플릭스의 청사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