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전공의가 복귀 의사를 밝히며 사직 철회를 요청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직 처리 마감기한이 끝났다는 이유에서다.
전공의 사직 처리 데드라인까지 주어진 시간은 불과 일주일. 시간이 촉박했던 탓에 마감시한이 끝난 뒤까지도 복귀를 설득했던 일부 온건파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사직 철회 불허’ 통보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선 절차를 고집하기 보단 융통성 있게 전공의 복귀를 허용하는 것이 맞지 않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전공의들이 사직 처리 기한인 15일이 지난 뒤 복귀를 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이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에 해당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철회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수평위가 보건복지부에 문의한 결과 “사직 처리자의 복귀는 ‘절대 불허’한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일 전공의 복귀 대책을 발표하면서 각 수련병원에 15일까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완료하라고 공지했다. 이달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 전까지 결원 규모를 확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련병원들은 난색을 표했다. 일주일 안에 수백 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의 복귀나 사직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이에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시한을 22일까지 일주일 더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복귀한 전공의는 소수에 불과하다. 26일 기준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전체 출근율은 8.6%(1184명)에 그쳤다. 나머지 1만2572명 전공의들은 여전히 의료현장으로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일부 교수들은 마감기한이 지난 뒤에도 전공의 설득 작업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공의들이 하루라도 빨리 돌아와야 의료공백이 최소화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A교수는 29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마감기한 내로 돌아온 전공의도 있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 고민하며 흔들리던 전공의들도 있다”며 “일부 전공의라도 돌아올 수 있도록 온건파 교수들은 설득을 계속했다”고 털어놨다.
설득 끝에 전공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지만 정부가 이를 막자, 교수들은 허탈한 심경을 내비쳤다. A교수는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제자를 설득하던 교수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 같아 힘이 빠진다”면서 “전공의가 마감기한 안에 복귀 의사를 밝히는 것이 적절하겠지만, 사직 처리 절차가 급박하게 이뤄졌다. 거취를 결정하기엔 매우 짧은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선 정부가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맞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의대생들이 F학점을 맞아도 유급을 제외하는 방안은 절차의 정당성을 중요시한 대책은 아니지 않나.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 아닌가”라면서 “그런데 절차를 운운하며 복귀를 희망한 전공의를 막는다니, 정부가 사태 해결을 하고 싶은 건지 의료계와 자존심 싸움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 충원율도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하반기 모집에 지원한다고 해도 원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그만큼 정원이 나올지도 모르고, 아무래도 내부에서 눈치가 보여 지원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도 본지에 “수련병원협회가 22일까지로 연장 요청을 했는데, 복지부에서 이를 불허했다”며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를 확인하기엔 기한이 짧았다”고 지적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소속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 역시 “전공의 사직 처리 시한이 촉박해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9월 하반기 모집 때 충원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