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펜싱이 새 역사를 썼다. ‘펜싱 종주국’ 프랑스에서 남자 사브르 단체전 3연패 대업을 이뤘다.
오상욱·구본길·박상원·도경동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오전 3시30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45-41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세계 1위를 기록 중인 한국은 해당 종목 우승 후보로 꼽혔다. 전통적으로 사브르 단체전은 한국의 강세였다. 한국은 2012 런던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한국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앞서 개인전 우승을 차지한 오상욱은 이번 대회 첫 2관왕 영예를 안았다. 한국 펜싱 역사상 한 대회에서 2관왕을 차지한 건 오상욱이 최초다. 구본길 역시 역대 처음으로 단체전 3연패를 따냈다. 2012 런던에서 막내였던 구본길은 어느새 ‘맏형’이 돼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초반 흐름은 한국이 잡았다. 1라운드 박상원이 상대 ‘에이스’ 아론 실라지를 봉쇄했다. 실라지는 2012 런던부터 2020 도쿄까지 개인 3연패를 달성한 사브르 최강자다. 박상원은 실라지를 상대로 5-4, 1점 차 리드를 만들었다.
이번 대회 금메달리스트 오상욱도 기세를 이었다. 2라운드에서 크리스티안 러브를 만나 5-4를 따냈다. 구본길 역시 맏형다운 경기력을 뽐냈다. 3라운드에서 언드라시 서토마리에게 3점을 내주면서 5득점을 따냈다. 세 선수가 한 번씩 돈 시점에서 한국이 15-11로 앞섰다.
헝가리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4라운드 러브가 박상원을 상대로 6점을 획득했다. 총합 17-20으로 1점 따라붙었다. 5라운드는 구본길과 실라지가 붙어 5-5로 비겼다.
한국이 25-22로 앞서가던 상황, 오상욱이 나서 헝가리에 순간 역전을 허용했다. 연속 4실점을 당하며 25-26으로 끌려갔다. 여기서 오상욱은 전열을 정비했고, 침착하게 경기에 임했다. 역으로 2연속 득점을 올리는 등 30-29로 6라운드를 마쳤다.
한국은 7라운드 구본길 대신 ‘조커’ 도경동을 내세웠다. 도경동은 출전을 기다렸다는 듯 피스트 위를 지배했다. 5연속 득점을 작렬하며 35-29, 한국에 6점 차 리드를 안겼다.
도경동의 한 방이 한국 대표팀을 깨웠다. 8라운드에 출격한 박상원 또한 서트마리를 상대로 5-4 앞섰다. 피스트에서 뛰는 발걸음은 더 경쾌했다.
‘에이스’ 오상욱은 40-33, 7점 차로 앞선 상황에서 등장했다. 이후 실라지에 연속 3실점을 당했다. 도경동은 금메달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벤치에서 기도했다. 이를 본 오상욱이 힘을 냈다. 공격권을 잡고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3연속 득점을 터뜨리는 등 44-40 매치포인트를 선점했다. 여기서 오상욱의 공격이 통했고, 한국이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서로를 끌어안고 기뻐했다. 오상욱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로는 첫 2관왕에 올랐다. 펜싱 선수 2관왕은 한국 역사상 오상욱이 처음이다. 레전드 구본길은 한국 펜싱 최초로 사브르 단체전 3연패를 달성했다. 모든 게 처음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