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를 바라보면 익숙한 TV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보는 느낌이 든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법안을 강제로 통과시키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대응한다. 결국 그 법안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에 막혀 재표결 중 폐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방송4법’과 ‘채상병 특검법’, ‘노란봉투법’, ‘25만원 지급법’을 민생을 위한 법안이라고 자신들을 세뇌한다. 국민의힘은 발의된 모든 법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필리버스터로 버티기에 들어간다.
필리버스터는 ‘소수당의 무기’라고 불린다. 소수당이 다수당의 법안처리 강행을 막기 위해 국민들에게 법안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다수당의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무제한 토론이다. 그러나 매번 등장해 그 의미를 잃고 있다.
1일 여야는 재차 25만원 지급법, 노란봉투법으로 2박 3일간 두 번의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5박 6일간 방송통신위원회법,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네 번의 필리버스터가 이어졌다. 지난달 3일에는 채상병 특검법을 둘러싸고 22대 국회 첫 필리버스터가 시작됐다.
정치권의 정쟁 속 더 중요한 문제들이 잊혀졌다. 기후변화로 장마시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유례없는 폭염이 발생해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출생률은 0.6이라는 최저치를 기록해 나라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국가와 국민의 번영’이라는 목표로 달려야가야 할 정치인들은 자당의 영광에 파묻혀 있다. 자신이 소속된 당이 유리하다면 안색도 변하지 않고 ‘안면 몰수’ 한다. 극단적 지지층에 휘둘려 필리버스터 중 욕설을 하거나 동료의원의 아픔을 후벼 파는 건 기본소양이다.
당의 이익을 위해 싸울 시간이 아니다. 현재의 국회는 자신이 속한 당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욕하고 아픔을 후벼 파고 있다. 입으로만 떠들어댄 민생과 관련된 구체적인 결과는 나온 게 없다.
22대 국회는 시작 두 달 만에 정쟁 재방송을 시작했다. 국가적 위기에도 언제까지 편 갈라 싸울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