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낭만 있게 끝내고 싶다”던 약속을 지킨 '셔틀콕 여제' 안세영(22·삼성생명)이 금메달을 딴 직후 배드민턴 대표팀에 대한 실망감 드러냈다.
6일(한국시간) 안세영은 전날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9위 허빙자오(중국)를 2대 0(21-13 21-16)으로 잡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 주인공이 된 건 2008년 베이징 대회 혼합복식 챔피언 이용대(36)-이효정(43) 조 이후 안세영이 처음이다.
시상식 후 공동취재구역과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부상당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안세영은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조금 많이 실망했었다"면서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은 조금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발언했다.
이어 “이야기를 잘 해봐야겠지만, 제가 부상을 겪는 상황에서 대표팀에 너무 많은 실망을 했다”며 “나중에 자세하게 또 설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안세영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천위페이를 이기고 금메달을 따냈지만, 경기 중 오른쪽 무릎 인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이로 인해 이후 올림픽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첫 검진에서 2주라는 짧은 재활 진단이 나와 큰 부상은 아닌 줄 알았지만, 이는 오진이었다.
안세영은 “처음 오진이 났던 순간부터 계속 참으면서 경기했는데, 지난해 말 다시 검진해보니 많이 안 좋더라”면서 “꿋꿋이 참고 트레이너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재검진 결과 한동안 통증을 안고 뛰어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었다.
안세영은 은퇴 여부에 대해 “대표팀 발전을 위해, 제 기록을 위해 계속 해나가고 싶지만, 협회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주실지 모르겠다”면서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대표팀이 아니면 다음 올림픽은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엔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른데 선수 자격을 박탈하면 안된다”며 “(대한배드민턴)협회는 모든 것을 다 막고 있으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을 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세영은 "한국 배드민턴이 더 발전할 수 있는데 금메달이 하나 밖에 나오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돌아봐야 한다"고도 말했다.